불과 6년 전이다. 이미 조짐은 그전부터 있었다. 몸 곳곳에 울긋불긋 두드러기가 났고 가려웠으며 잠을 깊게 못 잤다. 매일 방송이라 원체 일이 많기도 했지만, 두 아이 입시를 치르면서 일하느라 애 좀 먹었다. 소심한 성격답게 마음속 쌓아두는 것들이 넘쳤지만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 나의 증세를 보고 들은 주변에선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그렇다고 했다. 홍삼이 좋다 길래, 홍삼을 먹었다. 비타민이 좋다 길래 종합 비타민도 먹었다. 해마다 돌아오는 건강검진을 했다. ‘이번에도 위염이 있다고 하겠지.’, ‘살 좀 빼라고 하겠지.’ 늘 검진 결과가 비슷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느닷없이 결과 예정일이 되기 전에 검진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왼쪽 가슴에 석회화가 보이니 결과지 들고 큰 병원으로 가세요.” 찾아보니 많은 여성들이 비슷한 진단을 받는다고 했다. 집 근처 대형 병원에 찾아갔다. “모양도 나쁘지 않고 사이즈도 큰 것 같지 않으니 양성종양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조직검사는 해봅시다.” 촉진을 한 의사가 말했다. 그때까지 난 꽤 여유로웠다.
불과 2주 만에 바뀌었다. “유방암입니다.”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강한 충격이 찾아온 탓일까, 그날은 이 말 한마디만 또렷하게 기억난다. 수술하고 치료받으면 괜찮다, 기수는 수술해 봐야 알 수 있다, 오늘 온 김에 수술을 위한 검사를 다하고 가라, 수술은 최대한 빨리 할 수 있게 날짜 잡아줄게... 뭐 이런 얘기를 의사가 했던 것 같고, 이어서 난 수많은 검사를 했으며, 마지막으로 수술과 입원 예약을 했다.
검사를 다 마치고 출근하기 위해 반포대교를 건너는 중간,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회사까지 가는 내내 엉엉 울었다. 그러면서도 막상 사무실에 들어설 때는 울지 않은 척했다. 2박 3일로 예정된 수술을 위해 남은 겨울 휴가를 쓰겠다고 했다. 방송을 끝내고 퇴근하는 길, 눈물이 다시 쏟아졌다. 하필 왜 나일까, 왜 걸렸을까... 모든 게 왜, 왜, 왜였다. 무엇보다 두려웠고, 무서웠고, 외로웠다. 2017년 4월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