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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22. 2024

도쿄의 여름은 뜨겁다


내게 여름휴가란 무엇인가? 이 날만을 기다리며 출근을 하고 일 년을 열심히 일한 뒤, 여행지에서 모든 걸 퍼붓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심 아시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동료들을 비웃으며 무조건 멀리, 가능한 오래를 외치던 그때의 나의 모습이 말이다. 한 마디로 여름휴가는 내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던 거다. 그런데 도쿄라니! 멀리 갈 필요도 없이 2~3개월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임이 분명했다.


그해 여름, 나는 다시 도쿄로 향했다. 봄에 두고 온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충분할 거라 여겼던 열흘 남짓의 시간은 너무 짧았고 가고 싶은 데, 보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것도 아직 너무 많았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두 달 만에 다시 항공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치 남겨진 선택지가 없다는 듯, 매년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떠나던 여름 휴가지로 도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도쿄가 너무 그리워서라고 하면 조금은 이해가 될까.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7월의 도쿄는 내게 2년 연속 실패 아닌 실패의 맛을 알려줬다. 바로 전해 6월 떠났던 두바이가 여행에 있어 난생처음 후회를 맛보게 했다면, 도쿄의 여름은 그 연장선상이다. 30도가 훨씬 넘는 한낮의 뜨거운 태양과 가만히 있어도 땀을 비 오듯 흘리게 만드는 높은 습도가 만드는 환장의 컬래버레이션은 중동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40도에 육박하는 체감온도는 공항에서 나오는 순간 내가 실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깨닫게 했다.


차라리 하와이나 발리 같은 대놓고 휴양지인 곳은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가벼운 차림새로 다니면서 먹다, 물놀이를 즐기다, 낮잠을 자다를 반복하면 된다. 그냥 호텔 선베드에 누워 휴식을 취하기만 해도 좋으니, 이런 데선 아무것도 안 해도 무죄이다. 그러나 도쿄는 다르다. 이른 아침부터 직장인들은 정장을 갖추어 입고 출근하고,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등교하며 관광객이라 해서 수영복 같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사시사철 바쁘게 움직이는 그야말로 생계와 연관된 실제생활을 하는 도시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쉬어가는 곳이 아닌 것이다.




숨 막히는 더위와 언제 퍼부을지 모르는 장마, 그리고 혹시 올 지도 모르는 태풍에 대한 걱정. 한 여름 얼굴과 목덜미에 흘러내린 땀을 닦을 손수건과 태양을 가릴 양산, 그리고 쏟아지는 비를 막아줄 우산이 필수품인 도시.


일단 도쿄는 나의 여름휴가 콘셉트와는 매우 동떨어진 결코 옳지 않은 결정이었다. 휴대폰에 남은 사진의 개수만 봐도 도쿄의 여름은 나에게 미움을 받았음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그 도시에는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해 여름을 보내며 나는 그들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잊지는 말자! 도쿄의 여름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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