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평범해 보여도 하나하나 다 소중합니다. 당연하다 여기는 일 하나도 다 실은 감사할 일들입니다. 팔이나 다리를 다치게 되면 정말 작은 것 하나도 너무 불편해집니다. 밥을 먹고, 샤워하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상이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힘든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오늘 주어진 평범한 하루가 거저 주어진 게 아니라 하나하나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오늘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영화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퍼펙트 데이즈는 빔 밴더스 감독과 야쿠쇼 코지 등이 총제작하고 출연한 영화로 제 7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탔습니다. 이 영화는 평범한 삶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히라야마입니다. 그는 혼자 살고 있으며, 도쿄 시부야에서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그는 이웃집 할머니의 빗질 소리에 잠에서 깨곤 합니다. 히라야마는 동이 트기 전에 화분에 물을 주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때로는 미국 문호 윌리엄 포크너의 책을 읽기도 하고, 차를 타고 출근할 때는 카세트테이프로 좋아하는 올드 팝을 듣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 그가 과거에는 지금과 다른 일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됩니다.
그의 삶은 단조롭지만, 행복이 깃들어 있습니다. 청소를 끝내고 나면 히라야마는 카메라로 햇살이 비치는 나뭇가지를 찍습니다. 자연을 벗 삼아 행복한 미소를 짓는가 하면,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소박한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크거나 특별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그저 히라야마가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입니다. 동료는 그런 히라야마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묻습니다. “어차피 더러워질 거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거야?” 히라야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는 ‘도를 닦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갈 뿐입니다.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메시지는 전달이 되어서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마음에 위안을 얻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합니다. 영상미도 뛰어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도쿄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계 영국인 소설가입니다. 그는 2017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리빙>의 각본을 쓴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리빙>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뉴스에 나오지 않아도 모든 인생은 의미가 있다.”
영화 <리빙>을 보면 주인공 윌리엄스가 나옵니다. 그는 런던 시청의 공무원으로 집과 직장만 오가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아내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혼자서 아들을 키운 윌리엄스는 아들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말하려고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는 분가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어 대화는 번번이 어긋나고 맙니다. 결국 윌리엄스는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아들에게 아프다는 말을 못 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영화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여러 장면들이 나오는데 윌리엄스는 수십 년간 근무하면서 한 번도 지각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처음으로 회사에 무단결근하고 바닷가로 갑니다. 그는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을 마셔보기도 하는데 피를 토하고 더 이상 마시지 않습니다. 그는 런던으로 돌아와서도 출근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는 매일 시청에 찾아와 놀이터 조성에 관해 이야기하던 사람들에게 담당 업무가 아니라고 다른 부서로 보내며 서로 일을 떠넘겼었습니다. 다른 부서에서도 본인들 업무가 아니라고 다시 윌리엄스에게 보내는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도 과거에는 전형적인 공무원이었습니다. 여느 공무원들이 그렇게 하듯, 그 역시 골치 아픈 민원이 들어오면 맡기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부터 그는 처음 공무원이 되었을 때 마음을 기억해봅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윌리엄스는 몇 개월만에 직장에 가서 고집스럽게 그 일을 해냅니다.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야하는지 알았던 그는 다른 부서 공무원들이 일을 미룰 때는 그 일을 처리해 줄 때까지 그 부서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일이 어려워서 공무원들이 꺼릴 때는 그가 직접 나서서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상사 앞에서 자존심도 내려놓은 채 간곡하게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의미 있는 일을 한 후, 기쁜 마음으로 그는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공무원들은 예전과 달라진 그가 그렇게 고집스럽게 일을 해낸 것에 감동받고, 본인도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영화를 본 후 삶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매일 눈을 뜨는 게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하루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지금 나에게 맡겨진 일, 해야 할 일은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대단한 인생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도 소중합니다. 내 자리에서 세상을 좀 더 이롭게 하도록 노력하고 이 시간을 소중히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는 굉장히 아름답기로 유명한 곡입니다. 보칼리제는 '가사가 없는 곡'이라는 뜻으로 가사 없이 허밍이나 모음만으로 부르던 성악 연습곡을 말합니다. 단순해 보일 수 있는 곡이지만 이 곡은 아름답고 마음을 어루만져줍니다. 지금은 성악뿐 아니라 다양한 악기들로 편곡되어서 자주 연주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