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제 2장 제목은 '우주 생명의 푸가'입니다. 그는 우주에 지구처럼 다른 생명의 음악들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푸가의 어원은 라틴어로 fugare(쫓다),fugere(쫓기다)인데 푸가는 다성음악에 의한 대위법적인 모방의 한 기법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돌림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성부에서 한 선율을 연주하면 다른 성부가 시간차를 두고 다른 음역에서 그것을 모방하는 것입니다.
옛날에 배웠던 '동네한바퀴'를 기억하실까요?
여러 명이 시간차로 같은 노래를 부르면 신기하게도 전체적으로 어울리는 멋진 음악이 됩니다. (여러명이 노래를 부르듯 서로 어울리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 대위법이라는 음악기술입니다. )
푸가는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꺼내고 그뒤에 또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주제가 여러 성부를 돌며 복잡하게 발전하는 것입니다.
저는 또 푸가가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은 서로 다른 존재인데 각자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완전 같은 모습을 일 때도 있고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과거의 책들을 보면 옛날에 일어났던 일이 오늘날에도 비슷하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게되는데 푸가도 한 곡 안에서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발전시키며
서로 다른 선율을 연주하지만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푸가와 닮아있지 않나 생각해보았습니다.
푸가는 바로크 시대가 끝나고 로코코를 지나 낭만시대에 가며 인기가 쇠퇴했지만 바흐의 작품이나 여러 작곡가들은 푸가 기법을 자주 사용했습니다.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마지막 부분 '피날레', 피아졸라의 탱고 등 수많은 곡에서 푸가 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곡들에서 푸가의 기법을 보았습니다.
바흐는 푸가의 대가였습니다. 그는 굉장히 많은 푸가 작품들을 남겼고 바흐의 미완성 대작 '푸가의 기법'은 피타고라스와 파보니치 수열로도 풀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곡을 수식으로 해석한 논문도 있습니다.
푸가는 대학 입시곡,또 콩쿨 연주곡으로 꼭 나옵니다. 제 입시곡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들을 때는 아름다운데 공부할 때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한 음 ,한 음을 같은 길이로 연주해야하고 뒤뚱거리듯 들리면 안됐습니다. 아름답게 들리도록 하면서 그 곡의 중요한 주제 멜로디가 계속 들리도록 신경을 써야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다 잘 들리도록 해야했습니다. 한 마디 , 4개의 음을 한 시간 수업내내 계속 무한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공부할 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때 배워두기 잘했다, 참 아름다운 곡이다 싶습니다. 푸가를 연주하는 것은 모네나 피사로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듯 점묘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 듭니다. 화가들이 아름다운 그림을 상상하며 정성스레 한 점, 한 점을 그리듯 수많은 음들을 색채를 바꿔가며 연주하는 것 같습니다.
바흐의 푸가 1번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1720년 괴텐에서 작곡되었습니다. 이 곡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필수로 공부해야하는 교과서이지 바이올린의 성서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바흐의 푸가의 멜로디는 계속 다른 성부에서 연주되기 때문에 때로는 퍼즐처럼 복잡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학생때 푸가에 대한 수업을 받으면 음악이 복잡해지더라도 계속 푸가의 주제 (예를 들면 동네한바퀴 멜로디)가 들려야한다고 선생님들이 강조하셨습니다. 주제가 높은 음에서 작게 연주하는 부분에 나오면 더 잘 들리도록 악센트를 살짝 주며 아티큘레이션(발음)을 잘 해줘야 했습니다. 곡 전체에서 반복되는 주제가 중간성부에 숨겨져있거나 잘 안 들리는 저음이면 그 음들을 더 크게, 세게 연주해야한다고도 하셨습니다.
인생을 산다는게 수학처럼 정답이 있지는 않고 복잡하기도 하지만 푸가의 멜로디 주제를 놓치지 않는 것처럼 저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하면 우리들의 인생도 푸가처럼 아름다운 음악이 될 것 같습니다.
https://m.youtube.com/watch?v=dvEsx8DLsCM&pp=ygUQanVuZyB2aW9saW4gZnVnYQ%3D%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