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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두르는 자 휘둘리는 자

'나는 신이다'를 보다 만 소감

by ACCIGRAPHY




관심 가는 주제임에도

굳이 끝까지 볼 필요는 없어 보여

재생을 멈추고 스트로매의 Sante를 들으며 청소를 시작했다. 이 곡은 사람들이 파티를 하는 동안 파티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에 관한 노래다.


부엌에서 음식 준비하느라

음향기기 만지느라

청소하느라


나는 이런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좋다.




사이비 교주가 신도를 휘두르는 행위는 일반인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사실 모든 거대담론이 하는 짓이다. 미국 일부 학계에서는 '거대담론(metanarrative, metadiscourse)'같은 단어는 CNN 시청자들이나 쓰는 말이라 치부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효용은 있다.


착하게 살아라


최선을 다 해라


일요일에 교회 가라


지구를 보호해야지


결혼해야지


아기 낳아야지


봉사해야지


사람이 일을 해야지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저 모든 말을 의심해 봐야 한다.


삶을 걸고 처절히 의심을 해 본 사람이 하는 최선, 그 사람이 하는 환경운동, 그 사람이 하는 결혼, 그 사람이 하는 봉사, 그 사람이 직장에서 하는 일은 그전 단계의 사람이 하는 같은 행위와는 다른 행위다.




사이비 종교 현상은

다른 누군가의 말을

내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말에 우선시할 때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고


내 삶에 필요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모든 관계나 관습을 알아채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만으로도 이런 것들로부터의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종교는 마루 종에 가르칠 교

꼭대기 가르침이라는 뜻인데

삶의 모든 요소에 진리가 들어있듯 종교에도 진리는 있다.


다만 그것의 심층적 가르침에 집중함으로 꼭대기 가르침을 얻을 것이냐, 표층적 교리에 휘둘리며 껍데기 가르침을 얻을 것이냐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 두 사람은 매주 일요일 같은 교회를 다녔다 할지라도 다른 종교를 가진 것이다.


나는 나의 20대 대부분을

몸과 마음으로 저런 생각을 하며 보내면서


유일하게 추구해 볼 만한 종교적 행위는

나와 타인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 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게

고단하기 때문이다.


산책하다 길에서 마주친 아주머니가

현재 그녀의 삶에서 어떤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이 마주치면 웃어보이는 것

그게 지금 나의 종교다.




어제 남편 직장동료가 승려가 되기위해 곧 퇴사한다고 그가 다니는 태국식 불교 사원에 다녀왔다. 나는 소승불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여정은 응원한다.


2016년 목동 작업실에서 쓴 글. 손바닥만한 크기. 옥당지에 먹. 붓 말고 먹 모서리로 쓴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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