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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

miracle this, miracle that

by ACCIGRAPHY




어제 수능 친 우리 쩔쩔리에게,


아찌가 어제 차에서 오랜만에 옛날 노래를 들었거든?

mgmt의 kids라는 노랜데

안 들리던 가사가 들리는 거야.


"Enjoy yourself.

Take only what you need from it."


"누려.

취할 것만 취하고."


이게 딱 귀에 꽂히면서

(뮤비는 괴물과 싸우느라 괴물 되지 말라는 내용인데 보지마라 눈베린다 노래는 좋다)


어릴 때부터

내 삶에 필요한 것만 취하는 연습을 하면

고통이 줄고 기쁨이 커진다는 걸

우리 쩔쩔리한테 말해줘야겠다

그래가지고 집에 오자마자 쓰는 중이얌


아찌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아주 어릴 때부터 회사 다니지 않기로 했고

붓글씨를 쓰기로 했고

영어를 하기로 했어

여행하기로 했고

내가 누구인지 알기로 했어

그 외에 것들은 관심 없었지.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

내 일과가 저렇게 생겼거든

물론 삶은 변수로 가득해서 구렁텅이 시기도 오지만

그냥 내 삶에 들어와 있는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어


근데 이건 철저히 아찌 인생이 그렇다는 거고

각자의 길이 다 다르겠지.


뭘 택해야 할지는 혼자 가만히 정신 맑은 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순순히 가르쳐 준다!


지금까지 해 온 거

재밌었던 거

그냥 자꾸 해봐

(그러다 뜬금없이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이메일이나 디엠으로 상담도 해보고. 전문가는 다른 말로 덕후거든, 덕후들은 순수해 대부분 마음의 문들을 활짝 열고 살아 회신 잘해 줌)


내가 택한 것들에 물을 주고 기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단지 내가 이걸 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귀하게 느껴지면서

운명이건 숙명이건 알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돼


직업뿐 아니라 삶의 전반적 선택 말이야

아찌는 미쯔가 운명의 짝이라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택한 사람이라서 사랑하는 것도 있거든

이게 참 웃긴 말인데 나한테는 너무 말이 돼


그렇게 내가 택한 것들을 귀하게 여기면

우르르 남들 따라

미라클 어쩌고 저쩌고

내면아이 어쩌고 저쩌고

정력 낭비 차단 가능!


남이 쓴 자기계발서는

그 사람 일기장일 뿐이고

나는 내 일기나 쓰면 된다는 걸


그리고 세상에 '잘 쓴 일기'는 없다는 걸

그저 나의 일기가 있을 뿐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걸

하루하루 누릴 일이라는 걸


물론 우리 쩔쩔리는 이미 다 알겠지만

호옥시나 수능 다음날 뭐 하고 있나 싶어서

굳이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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