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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나를 알아가는 나이의 선물

by 밤이



나이를 먹는다는 건 꽤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늙어가는 피부, 지쳐가는 체력, 빛을 잃어가는 무언가. 하지만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빛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예전보다 나를 더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를 안다’는 건 단순히 성격을 아는 게 아니다. 내 스타일을 점점 알아가고, 내 몸의 상태를 받아들이며, 여유로워지고, 타인과의 대화에서도 더 부드럽고 성숙해진다.



어쩌면 이 하나만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게 꽤 많을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우울증의 감정도 조금씩 얕아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감정에 쉽게 휩쓸렸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늘 조급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관계보다

‘나 자신을 돌보는 일’ 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안다.
억지로 유지하려는 관계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연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불안감은 조금씩 나 자신에 대한 신뢰로 바뀌었다.


이것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살아온 시간이 쌓일수록, 인생에도 ‘경력’이 붙는다.


진정한 어른이란 인생의 경력자다.
서툴렀던 일들이 이제는 익숙해지고,
그 과정 속에서 나를 더 아끼게 되었다.
예를 들어, 예전엔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이유도 몰랐지만
지금은 원인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수없이 많은 시도 끝에, 지금의 피부는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만큼 좋아졌다.
이건 나만의 노하우이자, 작은 ‘전문성’이다.
남들은 모를지라도, 나는 그 과정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말이 있다.
“타인과 경쟁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경쟁하라.”
우린 쉽게 또래와 비교하며 살아간다.


그 비교는 때론 자극이 되지만, 때론 독이 된다.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내가 가진 것을 하찮게 느끼게 만든다.


나는 솔직히 말해 부자가 되고 싶다.
명품백도 사고 싶고,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자랑도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뭘까?



사실 너무 당연해서 몰랐던 것.
나의 행복은, 하루를 마친 고요한 밤,
주방 불빛 하나만 켜둔 채 공포 게임 유튜브나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보는 시간이다. 그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쌓이니, 그 시간이 점점 더 기다려진다. 혼자 있는 시간조차 귀하고 소중하다.
이건, 내가 나를 정말 아껴주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주부이자, 가끔 글을 쓰는 작가이고,
취미 삼아 음식점 아르바이트도 한다.
이런 내 삶이 꽤 마음에 든다.


솔직히 돈을 많이 벌고 싶기도 하지만,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마주하며 일하는 그 순간이
내게는 에너지가 되고 자존감이 된다.
누군가는 ‘그게 뭐가 대단하냐’고 할지 몰라도,
나는 그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걸 정확히 아는 것.
그게 결국 내 성취감을 높이고,

자존감을 채워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가끔 글쓰기에 몰입하다 보면 끼니를 놓칠 때도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아니다. 나는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다시 한번 느낀다.


그 만족감이 나를 더 반짝이게 한다.
그리고, 나이.
예전엔 “나이 먹는 게 너무 무서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별것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30살이 되면 완전한 어른일 줄 알았는데,
28살이 된 지금 보니,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 아직도 서툴고 아직도 어린 나다.
외면은 조금씩 변해가지만
내면엔 여전히 아이 같은 나도 남아 있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피부는 탱탱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워가려 한다.









요즘은 딸아이와 놀다 보면 초등학생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이야기하는 나 자신을 보며
조금 놀랐다.
아이들의 말에 편견 없이 귀 기울이고,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함께 바라보는 나.
예전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진 나다.


솔직히, 그런 내 모습이 좀 대견했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다.


20대부터 노화가 시작된다지만,
그건 또 다른 청춘이 찾아오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건 외로운 게 아니다.


외로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작은 기쁨 하나에도 더 크게 감동하게 된다.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작은 것도, 소소한 시간도
모두 너에게 주어진 가장 확실한 자유이니까.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를 더 아끼고,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여정을 글로 마무리해보려 한다.
자존감을 높여가는 중인 나의 시간들은 어쩌면 완성이 아닌
늘 이어지는 ‘중간’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읽어준 당신의 시간도,
조금은 따뜻해졌기를 바라며.




- ‘자존감 높여가는 중입니다’,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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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이 글은 나를 위한 기록이자,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쉼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왔습니다.

'자존감'이란 단어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걸,
사소한 일상에서 웃고 울던 나의 기록이 알려주었어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우리의 불완전한 삶이 서로를 다정히 비추는 거울이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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