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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자의 옷장 Feb 19. 2024

남성복, 그 규율에 관하여

 클래식 남성복에는 규율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규율 덕분에 그 옷들이 오랜 시간 세상에 남아있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이것은 전문 기관(학교 등)에서 교육되지 않지만 분명 가르침과 배움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클래식 의복의 대가인 알란 플러서(Alan Flusser, 1945~)의 저서 <스타일 앤드 더 맨(STYLE & THE MAN)>의 소개를 보게 되면 이런 글이 적혀있다.


“... 내가 수집해온 의복에 관한 정보 중 다수는 전수된 것들이었기에, 이를 독자들과 공유함은 내게 순수한 기쁨이다. 아버지의 옷에 대한 열정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 씨앗을 심어주었고, 진정한 스타일을 학습하기 위해 세계를 여행했다. ...”


이렇듯 의복의 정보는 전수되고 남성들은 그것을 지키려 대를 이어 노력한다.


물론 알란 플러서의 이 문장이 이후 적을 규율에 대한 것의 모든 것을 대변하지 못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것이기에 먼저 소개드리며, 개인적으로 판단한 남성복의 규율 다섯 가지에 대해 미시적 관점이 아닌 거시적 관점으로 가볍게 설명토록 하겠다.





 첫째로는 ‘만드는 규율’이다.


만드는 규율은 소비자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소비자들은 설명을 듣지 않는 한 알기 힘들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더욱이 알기 힘들며 그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 분간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만드는 사람은 안다.


만드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만드는지, 자신이 정직한지, 자신이 어떤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만드는지 정확히 안다.


즉 만드는 규율이란,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에 대한 규율이다.


예를 들어 수트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수트는 영국, 이탈리아-그 안에서도 로마, 밀라노, 피렌체, 나폴리 등으로 나뉜다.- 등에서 오랜 시간 연구되며 지역색을 띠며 만들어졌다.


그중 많은 테일러샵 혹은 사르토리아-테일러샵을 의미하는 이탈리아 단어-들은 자신의 지역, 매장에 맞게 자신들이 지키고 이어오는 기술을 전수했으며 손에서 손으로 그것을 이어왔다.


그것은 비단 기술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그들이 가르치는 것은 마음가짐, 역사, 철학, 문화 등 무수히 많다.


즉 만드는 것에는 이렇듯 많은 책임감이 녹아있으며 이는 전통이 되어 전수되고 있다.


이것은 수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니트나 다른 많은 클래식 의복에도 각자의 모양에 맞는 만드는 규율-혹은 방법-은 절대적으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원형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근간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는 ‘모양의 규율’이다.


모양의 규율은 만드는 규율 연장선에 있다.


다시금 수트의 이야기를 꺼낸다면 각 지역마다의 수트의 모양은 다르다.


그들의 디테일은 그들의 삶과 형태 그리고 문화와 철학에 입각해 있다.


아주 일반적인 소비자가 판단하기로는 어깨의 모양, 높이, 버튼(단추)의 위치 포켓의 위치나 모양 등 눈에 보이는 것뿐이지만 이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며 규율을 통하여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모양의 규율은 만드는 규율의 연장선에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듯 이는 수트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클래식 남성복에서 또한 만드는 규율은 존재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클래식 남성복은 전부 ‘용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전쟁, 일터, 운동, 일상 등에서 각자 위치에 필요한 용도에 맞게 개발되었으며 모양을 갖추고 다.


용도가 있다는 것은 그것의 의미가 명확하며 그것에 필요한 만듦새가 존재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각 위치에 필요한 만듦새로 만들어진다.


그 의미의 모양에 벗어난다면 유니폼의 경우는 그 정체성을 해칠 수 있고, 다른 곳의 경우 필요함이 있어야 하는 공간에 그것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디테일들은 공간과 삶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모양은 중요하다.





 셋째로는 ‘입는 방법의 규율’이다.


이전의 규율들은 ‘자신’밖에 있는 규율들이다.


자신이 지키지 않고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지켜져야 하는 규율이지만 입는 방법의 규율부터는 자신의 규율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규율을 체화하기 위해서는 앞선 두 규율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입는 것이 그저 ‘옷’이라는 대명사로 치부되는 것이 아닌, 왜 존재했으며,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왜 여태 존재하는지, 왜 입혔는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알아가게 된다면 옷이 대명사가 아닌 입히는 이유가 있는 진정한 옷이 된다.


수트나 용도가 있는 옷이나 입는 방법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 넥타이와 셔츠와 같은 것도 전부 입는 방법이 존재한다.


물론 현시대에는 그 방법이 많이 희석되어 입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존재했고 또 지금도 존재하는 것들이다.


그 의미가 희석된다면 옷의 존재 이유는 찾기 힘들다.


한명의 남자로 너무나 감사한 것은 그것을 남기기 위해 많은 선배 남자들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까지의 규율은,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앞서 말을 빌린 알란 플러서와 같은 위대한 저자들이 남긴 저서들이 있으니 그것을 통하여 더욱 명확하고 정확하게 배우는 것을 추천드린다.


*절판된 책을 제외한 현재 판매중인 국내에 번역된 책들로는 <알란 플러서 – 스타일 앤드 더 맨>, <더글라스 건, 로이 러킷, 조쉬 심스 – 빈티지 맨즈웨어>, <라슬로 버시, 머그더 몰나르 – 남자의 구두>, <오치아이 마사카츠 – 남자의 복장술>, <아이노 다카히로 – 품격의 완성 신사화>, <하세가와 아야 – 구두 손질의 노하우>, <브루스 보이어 – 트루 스타일>이 있다.





 넷째로는 ‘장소의 규율’이다.


옷에는 그것에 맞는 장소가 있다.


용도에 맞게 만들어졌으니 그것은 당연하다.-수트 또한 마찬가지이다.-


일터나, 일상 그리고 특수한 상황에서 즐기던 것들이기에 더욱이 그 용도에 맞는 장소선택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각 장소에만 존재하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전쟁 중 입혔던 옷은 전쟁 후 남성의 일상으로 들어온 경우도 많고 워크 재킷 같은 경우도 그러하다.


그것은 자신의 삶의 연장에서 자신과 합일화 된 옷이 일상에서 입혔던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들은 모두 서양복이며 동양에서 탄생된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장소와 그 환경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으나 옷의 탄생과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입어야 그 옷의 존재의의와 진정한 의의가 온전히 완벽하게 존재할 수 있다.





 다섯째이자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규율’이다.


앞선 규율을 전부 지켰다는 가정하에 이것이 익숙해지면 자신의 규율이 생긴다.


자신의 규율은 옷에 있어 혹은 삶에 있어 디테일로 나타난다.


옷 내적으로는 포켓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외적으로는 –행커칲이나 반지와 같은-악세서리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혹은 행동으로도-입는 방법이나- 있다.


그것을 지키는 것은 자기 자신을 향한 하나의 의식이자 규율이다.


자신의 규율이 있다는 것은 일종의 수행이자 법관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며 선하게 위치시켜야 옷을 해치지 않는다.


그 합일을 이루는 순간 옷에 지지 않으며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다.





 남자가 남성복을 입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남성복은 삶을 대변하며 용도에 맞게 손과 손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기에 역사와 철학의 대변(代辯)이다.


더욱이 그렇기에 남성복은 패션을 하는 것이 아니며 그저 삶에 입히는 것이다.


옷은 그렇듯 입는 것이 아닌, 입히는 존재로 존재해야만 한다.



* 이 글 등 남자의 옷장으로 적히는 모든 글의 저작권 및 아이디어는 남자의 옷장 본인에게 있습니다.


썸네일 이미지 출처 : UnsplashChris Curry


19FEB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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