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일 차 아기 육아일기
겁쟁이에 무계획인 P맘은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자 그제야 부랴부랴 유모차를 구매했다. 시간을 두고 샀으면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날이 따뜻해진 상황이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어 130이 넘는 거금을 들여 맘에 쏙 드는 유모차를 중고로 샀다.
비싼 거 아니냐고? 비싼 거 맞다. 요즘에는 튼튼한 새 유모차도 20~30만 원 대에 살 수 있으니까.
유모차는 종류가 3가지다.
디럭스 / 휴대용 / 절충형.
디럭스는 차체와 바퀴가 커서 안정적이지만 그래서 무겁고 기동성이 낮다. 휴대용은 이와 반대이다. 안정성은 좀 포기하더라도 조그마한 사이즈에 쉽게 접을 수 있어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다. 절충형은 이 둘의 사이에 있는 유모차이다.
이 아이의 이름은 부가부 폭스5.
'폭스5 리뉴'가 새로 나오기로 했는데 말 그대로 이제 막 나왔기 때문에 중고 시장에서 가장 신상 모델이 바로 이 폭스5다.
이 아이는 세 종류 중 어떤 유모차일까? 바퀴가 큼지막한 디럭스 유모차다.
나는 아기에게 자연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산책을 많이 할 계획이다. 그런데 우리 집 주변은 길이 안 좋다. 아파트 단지가 비탈길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파트 단지 내부조차 난코스다. 그렇다고 집에만 들어앉아 있을 수도 없고 튼튼하고 안전한 유모차를 사자고 생각했다. 그러니 당연히 디럭스를 선택할 수밖에.
디럭스 유모차도 종류가 다양했다. 스토케, 오이스터, 실버크로스, 잉글레시나 이 중에 고민했다. 이중에 제일 비싼 것은 단연 부가부. 압도적으로 비쌌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부가부가 제일 예뻤다. 맘에 쏙 들게 예뻤다. 거대한 디럭스 유모차가 예쁘기는 쉽지 않은데. 축복이의 첫 유모차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
또 다른 이유를 꼽자면 180도 눕혀 다닐 수 있는 배시넷(캐리콧)이 잘 되어 있었다. 타사 유모차는 눕혀 다니기보단 앉혀 다니는데 특화되어 있는 디럭스였다. 책 <첫 1년 움직임의 비밀>에서는 아기의 발달을 위해서는 스스로 앉기 전까지는 최대한 앉은 자세를 피하는 게 좋단다. 축복이의 허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조금 더 비싸도 아깝지 않다.
하나에 꽂히면 비싸더라도 결국 사고 보는 나의 쇼핑 습관은 엄마가 돼도 변하진 않나 보다. 하지만 축복이를 이 유모차에 편하게 태우고 이곳저곳 다니며 좋은 추억을 만들 생각을 하면 아깝지는 않다.
이제 닳도록 타보자고! 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