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의 마음이 살랑살랑해지다
2014년 6월 21일 토
지난번 소아과에서
봄이가 우리와 전혀 닮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후
그 말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토록 마음에 계속 담아두고
곱씹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설마
혹시나
아니겠지
아니기를
하며 노심초사했었던 것 같다.
봄이는 그 말이 계속 생각이 나는지
하루에 한 번은 꼭 이야기한다.
그 얘기를 듣는 나도 자유롭지 못하다.
안타깝지만 나도 봄이도 아직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
며칠 전 신쌤이
“봄이가 클수록 엄마랑 많이 닮는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한 이후부터,
봄이는 신쌤을 더 많이 좋아하기 시작했다ㅋㅋ
그리고 봄이의 마음이 살랑살랑 해지기 시작했다.
신쌤의 높고 럭셔리한 안목을 아는 봄이는
이제 그녀를 더 신뢰하게 된 것 같다.
신뢰가 가는 누군가의 말은
확실히 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예전에 우리 아빠가 그랬듯이
이번에는 신쌤이 그랬다.
그녀는 객관적이면서도 사리판단 정확한 현명한 사람인데
그래서인지 봄이는 그녀의 말에 힘을 얻는다.
봄이가 점점 나를 닮는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이
봄이를 기분 좋게 만들었고
뜨거운 6월의 어느 날,
시원한 바람이 부는 큰 나무 밑에 있는 듯 한 느낌을 갖게 해 주었다.
역시 그녀는 나도 봄이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멋진 친구다.
봄이가 물었다.
“엄마, 나는 엄마딸이 맞는데 소아과에서 엄마랑 안 닮았다니까 슬퍼.
나 안 닮아도 엄마딸 맞는 거지?”
“봄아~. 가족이 모두 다 닮거나 똑같이 생긴 건 아니야.
입양가족이 아니고,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는데도
엄마 아빠랑 하나도 안 닮은 아이도 있어.
너와 엄마 아빠가 생김새가 닮으면 더 좋겠지만,
안 닮아도 우리는 가족이야.
엄마랑 외삼촌이랑 하나도 안 닮았잖아.
엄마는 외할머니랑도 하나도 안 닮고.
엄마랑 삼촌은 외할머니 뱃속에서 태어났거든.
삼촌이랑 엄마는 가족인데도, 하나도 안 닮아서
동네 사람들 중에 엄마랑 삼촌이 가족인 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어.
봄이랑 엄마랑 닮았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그리고 오빠보다도 봄이가 엄마랑 닮은 점이 더 많잖아^^
그러니까 소아과에서 안 닮았다는 말에 너무 속상해하지 마~.”
나의 대답이 길었지만
봄이는 차분이 들어주었다.
한 글자라도 놓치기 싫은 것처럼 열심히 들었다.
그 이후, 봄이는 나와 닮은 점 찾기에 나섰다.
한 개씩 찾으면서 기뻐하는 봄이ㅎㅎ
공교롭게도 지윤이보다 봄이가 나를 더 닮긴 했다.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
웬만해선 닮기 쉽지 않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입맛ㅋ
생후 10개월 때 김치를 퍼먹던 나와 너.
우리는 누가 뭐래도,
생김새가 닮지 않았어도
유전자 정보는 다르지만
가족이라는 것을
봄이에게 직접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