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봄을 기다리고 있어!’
한참 소설 작업에 열중인 시절에 딱 한 번, 인물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말을 한 적이 있었어. 적어놓고, 이게 뭐야? 싶었지. 그야, 난 뼛속까지 비관론자니까.
그런 현상이 나타난 건 정말 좋은 일이었지만, 너무 밝은 말이라 맘에 안 들었던 것 같아. 더는 그런 일이 없었거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미친 척하고 정신을 놓아 버렸어야 했네. 겨우 소설을 쓰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한 건데…….
이렇게 낙관적인 말에 반사적으로 싫증을 내는 나도, 모든 것에 언젠가 봄이 온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거 같아. 정말 신기하게도, 봄은 오기 마련이더라고. 그것도 아주 철저히,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골리듯이 찾아오는 거야.
다른 챕터에도 얘기했는데, 이 봄이 오는 감각도 시상과 비슷한 거 같아. 그 둘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은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아. 마치 두 개의 인격을 가진, 고대의 여신님 같아. 아마 이집트일 거야.
순환은 거의 절대적인 원칙인 것 같아. 들숨과 날숨처럼 수많은 지표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잖아. 모든 파동, 지구의 온도, 흥망성쇠, 테슬라, 매일의 기분. 엔트로피의 원리로 결국엔 모든 게 악화일로라도, 그런 악화조차 나름의 순환 고리를 가지고 있는 거야.
대학에 가면 여자와 사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우리에게, 사회문화 선생님이 해준 말이 기억나.
“여러분, 안 올 거 같지만 모두에게 인생의 전성기란 오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별로 같은 사람이라도, 짧게나마 반드시 오기 마련이에요. 그걸 잡느냐 마느냐의 싸움인 거죠.”
정말이었어. 봄은 오게 되어 있더라고. 아무리 못나고 음침한 나라도, 봄의 기회가 오더란 말이지……. 하지만 그건 반드시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도 봄의 중요한 특징인 거 같아. 우리가 봄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짧디 짧은 생애를 살아가는 원동력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어.
아무튼, 한 번만 더 와주면 소원이 없겠는데……. 내 봄은 누가 기다려주나……. 분명 다시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