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내가 알 바는 아니지. 네가 싫다면, 그뿐이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해 줄 정도로, 시간이 남아돌진 않아.”
(중략)
“뭔데, 아가씨? 아, 그전에 존댓말은 쓰지 않았으면 해. 이야기에 생산성이 없어지는, 가장 큰 장애물이니까.”
하…….
“그냥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얘기하면 어디 덧나냐?”
“진짜 그런 거야?”
오케이!
(중략)
“그전에 통성명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통성명? 뭐 하러 그래야 하지? 난 아가씨 이름 정돈 안다고. 게다가 이름이란 걸 일일이 기억해야 해? 비효율적이야! 무언가를 외우기 전에…”
“인사해, 이 삐딱하고 시끄러운 애는 긴이야.”
(중략)
“섬세하기만 한 게 아니거든! 합리적으로 방정식을 푸는 방식을 제안하는 거라고!”
92 “왜냐고? 네 잘난 남자친구에게 20년도 더 된 약속과 규칙을 어긴 걸 인정하라고 하는 거야. 이건 명백히 잘못이고, 나쁜 일이야.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고, 약속은 믿으라고 있는 거니까.”
(중략)
이번엔 심한 질책이었지. 푸른인 가만히 듣고만 있어. 정말 싫어. 혼나는 우리의 모습이, 아직도 전혀 모르겠어. 왜 우린 이러는 거야?
“네 원대한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진 모르겠지만, 네 역할만큼 그게 소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
이런 소리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에 멈추는 법이야. 푸른인 뭔가 대답해야만 해. 그걸 강요받고 있어.
“하……, 그래. 적어도 내 생각엔 그래.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거니까.”
“우린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지.”
무슨 얘기일진 몰라도, 큰일 난 거 같은데?
(중략)
“저기, 그 규칙이라는 게 뭐야? 왜 그렇게 중요한 거지?”
“초롱스, 지금은 그런 걸 대답할 때가 아니야.”
“아니. 난 알아야겠어. 나한텐 그럴 권리가 있어.”
(중략)
“바~~~~로 그거야. 난 최강 멍청이라서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거든. 규칙상 그래야 하는 게 네 역할이라면, 설명 좀 해줄 수 있어?”
“으!”
긴은 쾅! 하고 자기 책상을 내리쳤어. 예스! ><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푸른스~.
93 우리가 자연에 벗어났다는 게, 너무너무 맘에 안 들어.
94 쓸데없는 과정에 짜증을 느끼는 건 맞지만, 난 절대로 섣부른 심판을 내리진 않아. 아무리 쓸모없어 보여도, 모든 거엔 의의가 있는 거야. 모기처럼 말이야. 여전히 가슴은 모기를 인정하지 못하지만, 녀석들은 소중한 존재잖아?
95 “네 말이 맞지. 넌 칼 같은 존재는 아니야. 절대 그럴 수 없지. 너랑 난 감수성이 매우 풍부하니까.”
잠깐!
“코미디언인 노래보다? 시인인 하늘이보다?”
“내 말은, 감수성을 대하는 태도를 말하는 거야. 우리 둘 다 그걸 어딘가에 묶어두길 바라지 않지. 하지만 걔들은 그러고만 싶어서 안달 난, 미친놈들이야. 자존심이 어찌나 강한지, 슬퍼도 울지 않고, 다른 걸 하려는 녀석들이라니까. 정말 녀석들 다운 똘끼지.”
96 나도 잔인한 건 알아. 하지만 우린, 이 이상한 현상을 받아들여야 해. 진짜 중요한 건, 그 후에나 얻을 수 있으니까.
97 가장 이상하고 나쁜 녀석이 누군지 알아? 바로 나야. 그 이상한 것들을 다 넘어서서, 우리의 결과를 확인했을 때도 여전히 화가 난다면, 나에게 모든 화풀이를 해도 상관없어. 모두가 이상하게 굴지만, 그 동기가 나쁜 건 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나랑 걸어가 줄 수 있니? 이렇게 빌게. 우린 서로가 필요해.
98 우리한텐 정말, 정해진 스케줄이 있나 봐. 슬픈 일이지.
99 우리 모두, 그런 말 할 자격은 없어. 왜냐면 모두 제멋대로 살려고 바둥거리는 녀석들이니까.
100 어쩌면 세상은 정말 치밀하게 공평한 건지도 몰라. 누군가는 남들이 다 아는 건 모르는 대신, 누구도 알 수 없는 걸 혼자 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