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왜 그러는 걸까?’
거의 모든 짜증이 여기서 나오고 있어. 왜 난 그럴 수 없고, 남들은 그럴 수 있는 거지?
나도 알아. 이게 말도 안 되는 억지라는 거 말이야. 나도 내가 이러는 게, 잘 이해되지 않아. 하지만 점점 납득하고 있어. 그러고 싶은 거 같아. 내가 숨을 곳을 찾아 망상하는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믿고 싶은 거겠지?
처음은 주변 친구들이 사랑을 시작할 때였어. 정말 뭐 같은 열등감의 시작 말이야. 나도 그들처럼 달콤하고 설레는 사랑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어. 그들이 원하는 걸 얻어내는 것처럼.
이건 하나의 현실이었어. 그들이 누군갈 좋아하는 걸 보았어. 얼마 안 가, 가슴앓이를 끝내버리는 거도 보았지. 때론 아무도 그 과정을 몰랐고, 때론 누군가가 신난다는 듯이 나에게 알려줬어. 때론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서, 서로 마음이 있지만, 용기가 없는 이들을 독려하는 이름으로 사용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게 쉬운 일로 느껴졌어. 나도 저들과 다를 게 없는 사람이니까, 분명 저렇게 될 수 있다고, 너무 쉽게 믿어버렸던 거지. 그때나 지금이나 종교를 아주 싫어하고 있지만, 이젠 사람들이 종교를 그렇게나 믿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아. 그 정도로 이상한 믿음을 가지는 게 '우리'니까.
그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짓 중 하나야. 그걸 쉽게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거 말이야. 모두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하지만, 그런 건 없다는 걸 알게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을 거야.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서로에게 진정한 사랑을 한다고 믿게 하는 미미한 기제들로 유지되는, 나약한 관계에 불과할 거야. 때론 로맨스라 부르고, 때론 사랑의 기술이라고 부르지. 때론 원래 그런 거라던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둥, 가장 편리한 변명인 거야.
왜 그걸 가지는 게 힘든지 알아? 우린 언제나 상하 관계만 경험하기 때문이야. 모두가 조건 없는 사랑을 원하지만, 자신의 사랑엔 계산적이니까. 아무리 외로워도, 이 지점을 해소할 길이 안 보이니까.
뭐,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고. 오늘 난, 어리광 부리고 싶은 것 속에서 자위하고 싶을 뿐이야. 그게 본능에 따른 것이든, 스스로 비참해지는 것이든, 남을 저주하는 쾌감이든 상관없어. 그냥 좀 한심하고 싶어. 그 대가로 속이 시원해진다면, 얼마든지 망가지거나 나빠도 괜찮을 거 같아.
나도 저들처럼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 내 눈앞에서 역겹게 꽁냥거리는 저들처럼 달콤한 사랑을 경험하고 싶어. 그 거대한 안심 속에 한 번이라도 들어가고 싶어. 한 번이라도 완전한 안도감을 가지고 싶어.
너희들은 그게 가능했어? 정말 대단한 거 같아. 난 그럴 수가 없어. 이거 떼쓰는 거 맞아. 재수 없고, 말도 안 되고, 쓸데없는 헛소리지. 하지만 나만은, 날 동정하고 싶어. 내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고도 불쌍한 녀석이라고 믿을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오! 아마 내가 자기애에 취해있는 이유가 이건가 봐.
정말 짜증나는 일이지. 내게 그 모든 것이 쉬워 보였다는 게. 물론 그들이 정확히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부끄럼쟁이였던 두 사람이, 갑자기 세상 모든 축복을 받은 커플 행세를 하면서, 내 앞에 등장할 때마다 말이야. 정말 짜증나고 역겨운 기분이야.
물론 난, 언제나 밝은 척했어. 더러운 혀로 축하한다는 말을 끄집어냈지. 정말 잘 어울린다고 했지. 허울 좋은 핑계로 내키지 않는 자리를 수없이 피했어. 난 내가 거짓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게 너무 싫었어. 난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 행복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얼굴에 혐오의 침을 뱉고 싶었어. 뭐가 되었든 심한 말을 하면서, 문을 박차고 떠나고 싶었다고.
하지만 내가 한 건 고작해야, 귀여운 수준의 비아냥이었어. 아~, 커플 싫다~. 부럽네, 부러워~. 정도였지.
성격 괴팍한 나도, 꽤 착한 놈인가 봐. 뭐, 자존심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한 행동들이니까……. 아무튼, 난 그런 아이였어. 정말 믿을 수 없지만 난, 나도 모르게 내가 잘생긴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분명 내가 못생겼다는 걸 받아들이고 살아왔는데도, 나도 잘 생겼다고 믿고 있었다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나도 예쁜 아가씨와 어울리는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정말 역겨운 흑역사야. 그래서 내가 뭘 했겠어? 평생을 후회할 일들을 했지. 내 딴엔 엄청난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말이야. 그녀들에겐 턱없이 부족했을 거지만, 적어도 내겐 그 이상일 수 없는 것들 말이야. 내가 그걸 가질 수 없다는 걸 점점 확인하면서, 비참해지는 악순환이었어.
알아.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었어도 나도 할 수 있다거나, 마인드가 글러 먹었는데 될 리가 없다느니, 생각 자체를 뒤엎어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누군가 들고 찾아오겠지? 그거 알아? 그런 말은 똥 덩어리에 불과해. ‘불이 없어.’에 대한 답은, 당연히 ‘불을 붙여.’지. 그딴 거도 모를 멍청이가 있을 거 같아? 그 멍청한 조언이 네놈의 대갈통 수준을 까발리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네놈들 조언은 같은 수준의 멍청이들을 속여 먹이면서, 비루한 인생을 지속하게 하는 데에나 쓰이는 거야.
뭐, 너도 알 거야. 이 게임의 승자가 누구인지. 심리상담 전문가도 그 정도 수준으로 먹고사는 세상인데, 뭐. 그들이 무능한 게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얘기하는 거야. 우린 절대로 타인을 이해할 수 없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수천 가지의 ‘불이 없어.’ 문제에 ‘그럼 불을 붙이세요.’하고 조언하는 거니까. 그 이상은 누가 와도 불가능하니까. 고로, 현대 심리학은 ‘불이 없어.’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라고 믿는 종교에 지나지 않아. 명색에 학문이니까, 모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고.
아무튼 사랑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어. 아, 적어도 나는 사랑을 할 수 없나 보다.
이건 단순히 절망하고 있는 게 아니야. 난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는 사람이지.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두 가지 원칙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는 거야. 감정은 쌍방이어야 하고, 한쪽이 강렬히 원한다는 사실은 아무런 변화도 불러올 수 없다는 거지.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줘버리는 요인이니까. 사랑은 무언가를 원하거나, 자신을 위하는 개념이 아니야. 그저 옆에 있고, 행복하단 걸 알게 되는 과정이지.
하! 결국엔 사고방식을 고쳐야 한다고? 모르는 소리. 그건 그럴 수 있는 존재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일 뿐이야. 내 정신병은 자신의 열망을 넘어설 수 없으니까.
그게 뭐냐고? 자신이라는 존재를 도저히 이길 수 없어서, 평생 징징대는 저주지. 맨날 하는 생각이 ‘나도 가능하다면’으로 시작하는, 멍청한 인생을 살아가는 거 말이야. 끔찍하지. 나도 흔한 사랑 이야기의 엔딩처럼, 설레는 사랑을 하고 싶어. 하지만 부질없는 사랑 이야기는 다 내 얘기 같아. 오우 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