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내가 얼마나 당신을 생각하는지 당신은 모릅니다.

기반에 근거한 치료와 고민

by 김양희


치료사가 얼마나 환자를 생각하는지

환자분이나 가족분들은 모르실 거다.


치료사들이 환자분에 대해 다른 치료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은, 각자 환자분들이 더 나아지기 위한 길을 고민하고 도움을 받고자 함이다. 각 분야의 치료사들은 매일 고민한다. 그분의 행동이 왜 그런 것인지, 다른 치료실에서는 행동이 어떤지. 그분의 기분은 어떤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있는지. 어떠한 치료 방법이 다른 치료실에서는 더 극대화되는지.


유튜브로 보는 외국의 치료 방법들을 보면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치료사의 방법대로 잘 따라와 준다. 물론 그들도 시연이니까 잘 된 편집분을 보여줬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리 녹록지 않다. 환자분들의 기분을 살펴야 하고, 치료 방법이 때로는 환자분의 마음에 들지 않아 거부하기도 하고. 때로는 유치하다고 치료실에 입실하기 조차 거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하나의 치료법이 환자분에게 익숙하고 세련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환자분에게 익숙해지게 되면 효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지점인데, 그동안의 많은 시간 동안 치료사 안의 갈등과 고민이 있다. 환자분에게 적절한가, 힘들지 않은가. 거부하지 않을까. 굉장히 많은 고민들을 하다 보면 내가 작아지고 소심해지는 듯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좋은 과정과 결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환자분들을 처음 대했을 때부터 고민이 많기는 했다. 그러나 초년생이었을 때보다 경력이 쌓일수록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초년생 때는 겁이 없기도 하였고, 모든 치료법을 사용해 보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와 자신감이 많았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고 다른 치료사들과 고민을 나눴고 다른 대안을 들어보기도 하였다.


공식적인 환자에 대한 고민은 컨퍼런스 자리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자세하고 소소한 하나하나의 행동보다는 전체적인 재활의 방향을 고민한다. 물론 컨퍼런스 자리가 있어서 환자들은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전반적인 재활의 방향에 맞춰 나의 치료 방향에 대한 계획을 수정할 수도, 확고히 할 수도 있다.


각 환자를 만날 때마다 환자분의 증상에 대해 다시 책을 찾고 논문을 읽으며 환자분의 증상에 대해 이해하고 더 적절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고자 노력한다. 기반을 근거로 하는 언어치료는 나 혼자만의 경험보다 많은 저자들의 경험과 효과를 통해서 얻은 결과물이기에 더 신뢰롭다. 나는 이러한 부분 때문에 언어치료에 흥미를 느꼈고 매료되었었다. 똑같은 환자는 없기에 매번 많은 고민이 찾아온다. 조금 비슷한 증상들과 상황들이 있어 특정 치료법들을 비슷하게 적용할 때가 있지만, 결과물이 다르기도 하고, 개개인마다 더 적절한 치료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만나는 환자분에 대한 차트를 보고 언어적인 증상을 종합해 보며 책과 논문을 찾아보고 치료에 적용하는 것이 즐겁고, 예전에 보았던 책의 내용이 새록새록 다가올 때 기쁘다.


최근에는 나의 경험과 타인들의 경험담으로 몇몇의 젊은 치료사분들이 의외로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나의 오만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으나,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그분들도 고민은 있겠지. 어쩌면 내 고민의 무게가 나 스스로는 더 크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다. 매일같이 나 자신에 대한 회의와 부족함을 느끼고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고 계획을 하는 자세는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근거에 기반한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다른 치료법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최신 지견을 찾아서 적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꿈에서 환자분들을 종종 만난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생각하는지 당신을 모를 겁니다.'






환자분들을 대할 때 여러 고민들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그리고 그분들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된다. 나의 경험과 경력에 도움이 되는 상황들을 만나기도 하고, 인생에 보탬이 되는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국내에서 성인 언어치료사들의 수가 소아 언어치료사들에 비해 적고, 성인 언어치료를 해 본 언어치료사가 많지 않기에. 또 성인 언어치료를 시작하는 언어재활사들에게 경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각자 만나게 될 상황들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병원 내에서도 매일같이 새로운 환자를 만나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또 생겨나니까.


그러나 유사한 경우들을 가끔은 만나게 된다. 일련의 사건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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