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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서 Sep 18. 2024

사랑에 묻고 사랑이 답하다 - 여덟 -

예전에는 사랑이는 / 그게 지금 왜 중요하죠?

사랑아, 사랑이는 예전에 바다, 놀이터, 등 야외활동을 좋아했잖아? 

요즘은 활동이 거의 없는 것 같던데 같이 놀아줄 아빠가 없어서 그래? 혹시 아빠가 떠나지 않고 계속 옆에 있었다면 야외 활동을 좋아하고 있을 것 같아?

사랑 : 뭐 그랬을 것 같기도 하긴 한데 지금 와서는 별로 크게 상관없죠. 

         이미 지난 일이기도 하고 그때 당시에는 이런 선택밖에 없었을 테니까.

예전에 사랑이는..

사랑 : 그러니깐 과거가 왜 중요하죠. 현재 저는 이런데요.

아니 과거는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알려주는 지표 같은 거니깐.. 

아 이런 너무 뻔한 말을 하고 있구나.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그렇다. 과거의 추억은 추억일 뿐. 

그것이 현재를 만든다는 보장도 없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꾸 과거에는.. 이런 반복을 하니.

현재 사랑이의 상태를 인정하지 못하는 자신이 문제였다.

과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니 

소통이 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사랑이와 함께 상담을 받아 보기로 했는데 

사랑이의 심리상태를 어느 정도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완전하게는 알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설명을 해 주었는데

상상도 못 한 사랑이의 심리 상태에 큰 충격이었다.

사랑이는 넘치도록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랑이는 "특별해지고 싶다. 왜냐하면 사랑받을 수 있으니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사랑이는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는데..

사랑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사랑 : 뭐 예전에 그랬겠지, 근데 지금 난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서 살고 있어. 현재의 나는 모두가 바쁘다는

        이유로 나에게 관심이 없어졌잖아. 그럼 부족한 사랑을 밖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상대방에게 

        날 맞추는 방법뿐이야.  난 사랑의 양도 중요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는 대체적으로 성장하면서 관심이 이동되거나 거절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가는 것이 삶이라고 배웠는데 사실 사랑이 입장에서는 급격한 변화에 적응할 틈도 설명해 줄

사람도 없었던 것이 맞다.

이제서라도 설명하고 이해시켜주고 싶은데 너무 늦은 것일까?

현재 사랑이에게 사랑하는 이 마음과 가족들의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까만 고민했는데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이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기다리고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 가족들 모두 사랑이를 사랑하는 사실은 변함없다.

다소 표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진실한 마음과 진심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이미 특별한 사랑이지만 스스로 그렇지 못하고 무능하다고 여기는 것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사랑 : 내가 아는 지식이 오히려 날 괴롭혀. 무능하고 싶지 않아서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날 망쳐, 

         난 혼자서 살아남으려고 지식을 흡수했는데 왜 그런 걸 아냐고 뭐라 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잖아.

또래의 관심사보다 앞선 이슈에 대한 탐구가 친구들 사이에서 괴짜 거나 이상한 취급을 받는 상황을

사랑이는 괴로운 것 같아 보였다. 

이 부분을 너무 이해하는 것이... 나의 어릴 적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나중에서야 나의 지식이나 탐구가 세계적으로 보면 그리 특출한 것도 아니었지만 

당시에 교육 환경에서는 괴짜로 불리만 했다. 

그래서 그 마음이 어떤지 이해는 하는데 감수성이 풍부한 사랑이에 비해서 그러지 못했던 

난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나르시시즘도 어느 정도 있어서 그랬는지 그럭저럭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사랑이를 투영해서 다시 바라보니깐. 

사랑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감과 자존감이라고 여겨지던 부분도 어쩌면 나의 방어기제로 형성된 역할놀이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사랑이를 보면서 괴로운 것은 어쩌면 사랑이 본인보다 나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는 극복하려고 정면으로 맞서고 있어서 힘든 것이고

난 회피해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나 자신이 먼저 날 인정해야 할지도..

그래서 이제는 사랑이에게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왜 그래'가 아니라. 

사랑이가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이렇구나. 인정하고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들어보고 기다리고 지지해 주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

사랑이에게 향한 사랑은 예전 그대로 있는 그대로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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