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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서 Sep 11. 2024

사랑에 묻고 사랑이 답하다 - 일곱

모두가 널 사랑하는데 왜 못 느껴? / 사랑의 양이 중요해 

우리는 살면서 삶의 지표가 되는 여러 가지 격언들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 격언들 중에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라는 말도 자주 애용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친구의 수보다 친구의 질(사람됨됨이)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즘 들어 자신의 생각과 주장보다는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친구들의 요구에 더 

집중하고 그걸 맞추기 위해서 행동하는 사랑이에 대해서 조언을 주고자 통화를 시작했습니다. 


- 왜 사랑이는 상대방에 맞추려고 해? 그러면 건강하지 못한 관계가 되는 거야?

사랑: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야 그나마 어울릴 수 있으니깐.


-아니 그렇게 쌓는 관계는 정말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니야.

사랑: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친구가 뭘 원하는지 알아내는 게 더 중요해


살짝 친구들에게 매달리는 딸의 모습에 기분이 언짢아졌습니다. 

그래서 다그치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감정적이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친구들에게 

맹목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게 괜히 내 자존심이 상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 사랑아. 그렇게 사람들을 사귀면 안 된다고. 왜 동등한 위치에서 하지 않고 네가 그렇게 저자세로 해야 하는데.

사랑:.............


얼마의 침묵 속에 사랑이는 입을 닫아버렸습니다. 

못내 답답하다고 느끼고 사랑이의 생각을 말하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러자 오열하면서 사랑이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나도 알아. 하지만 난 관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아빠가 수술하러 가버리고 언니, 오빠, 엄마도 다 바쁘다면서 전에 주던 사랑과 관심을 주지 않았잖아. 

         많은 사랑을 받다가 잃어버리고 나서 난 어떻게든 그걸 채우고 싶었어


참으로 여러 가지 인생의 격언들로 말을 해줄 수 있었지만 12살짜리 딸아이의 울분 섞인 진심에

그런 모든 것이 웅색해졌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극복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12살 아이에게는 그런 뜻이 비록 머리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감정적으로 다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을

왜 저는 외면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니 12살이 아닌 9살에 잃어버린 사랑과 관심에 대해서 어른들의 사정으로 발생된 그 일에 대해서

온전히 설명해 주거라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하라고 강요해 왔던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때로는 질보다 양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이도 가족들이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분명 그전에 주었던 관심의 표현의 양이 줄어든 게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맞추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만드는 것은 건강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을 했다.

사랑: 네

짧은 대답에 다른 말은 없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순식간에 변화가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함께 동행하고자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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