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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3

깐풍기의 대습격! 

by 시서 Mar 18. 2025
아침 : 바나나 1개
점심 : 달걀 1개 + 우유
저녁 : 깐풍기
간식 : 스니커즈 1개
운동 : 푸시업 80, 스쿼트 100, 19,291보
체중 : 93.01

아침은 바나나.

점심을 달걀 하나로 뭔가 뿌듯했다. 진정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인가!

간신히 버티던 나에게 같은 사무실 동료가 불쑥 내민 것은 다름 아닌 깐풍기였다.

그것도 맛집에서 갓 튀겨낸 바삭한 깐풍기! 

“이거 포장해 왔어. 먹을래?”라는 한 마디에, 나는 이미 젓가락을 찾고 있었다.

‘아니야, 정신 차려! 넌 다이어트 중이야!’
내 머릿속에서 외치는 다짐도 잠시, 

생각과 달리 마음에서 "좋습니다" 외쳤다.

그래도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서 

뭔가 허전했던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깐풍기 두껑을 열고 말았다. 

회사동료는 "다이어트 하는거 맞죠?"

깐풍기는 닭고기. 아마 닭가슴살로 만들었을겁니다. 그리고 이건 저녁입니다.

말하자마자 깐풍기를 입에 넣는 순간, 바삭함과 매콤달콤한 소스가 입안을 휘감으며 

내 죄책감까지 함께 삼켜버렸다.

그래 이건 저녁이다! "저녁은 꼭 버틴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는 다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저녁,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찾아왔다.

햄버거집 앞에서 주문을 픽업할 때는 갓 구운 패티 냄새가, 치킨집 앞에서는 바삭한 튀김 냄새가, 

그리고 피자가게 앞에서는 고소한 치즈 향이 나를 삼중으로 공격해왔다.

아니 포장을 했는데 왜이리 냄새가 파고 드는 것인지.. 음식은 전부 밀폐포장을 해야 한다.

심지어 한 가게에서 배달할 음식이 "깐풍기"였을 때는, 차라리 나를 데려가 달라고 하늘을 보며 절규했다.

날씨도 내 마음을 비웃듯이 오락가락했다. 아까까지 눈이 내리더니 갑자기 비가 내려 도로는 질척했고,

나의 마음도 질척거렸다. ‘그냥 오늘 하루쯤은 괜찮지 않을까…?’라는 속삭임이 자꾸 들렸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다. 오늘은 참아야 한다.

 다이어트 성공해서 멋진 옷도 입고, 가벼운 몸으로 뛰어다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외쳤다.

“배달입니다!" 벨을 누르면서 돌아섰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괜찮다. 내일은 더 강해질 테니까. 내일은 점심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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