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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쉼 Sep 26. 2024

워킹 맘

두 번째 인물

골목길을 돌아, 동네 중앙로에서, 각이 잘 선 치마 정장을 잘 차려입고 낮은 굽의 구두를 신은 여자분이 당찬 걸음으로 따각따각 구두소리를 내며 바삐 움직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보세요? 잘 처리되고 있죠?”     


핸드폰으로 이리저리 물으며 바쁘게 통화하는 그녀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동네 워킹 맘이자, 커리어 우먼이다.     


둥글고 넓적한 얼굴에 희고 흰 피부를 가졌다. 얼굴의 반을 차지할 만큼 크고 둥근 눈에 쌍꺼풀이 짙다. 얇지만 크고 긴 입술에 납작하고 둥근 코, 넓고 큰 이마. 웃을 때 크게 벌어지는 입은 작은 손으로 가려도 다 가려지지 않는다. 제법 큰 키와 보통의 체구를 가지고 있다.     


아침이 되어 집을 나서서 일터로 가는 그녀다.


그녀가 젊은 시절에는 여자들은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시부모님 잘 모시고, 남편 잘 보필하는 현모양처가 대세였다. 이 동네에도 어린 시절 멋모르고 결혼해서 주부가 된 여자들이 90% 이상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기 전, 아이들을 돌보는 몬테소리 교사로 잠시 일했던 그녀는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몇 년 후에 교사로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육아로 인해 단절된 여성이 직장을 다시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남편을 설득하고, 자신만의 당찬 방식으로 이 일을 해내고야 만 것이다.      


또한, 그녀가 다시 교사로 일할 때는 어린이집이 이제 막 생겨나고 있을 때였다. 그때 대부분의 유아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몬테소리 교사였던 그녀는 아이들의 조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결국 아이가 꽤 커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는 4-5살의 나이가 되자,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하는 어린이집에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어김없이 아침 일찍, 예쁘게 원피스를 차려입고, 멋지게 화장을 하고, 자신의 아이에게 깨끗한 원복을 입혀, 아이의 작은 가방을 한쪽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이의 손을 잡고, 그녀가 동네 길로 바쁘게 걸어 나온다.      


그러면 동네에서 집 앞마당을 정리하거나, 우유 혹은 신문을 가져오거나, 쓰레기를 내놓으려고, 화장도 하지 않고 다 늘어진 옷을 입은 모습으로 동네 길에서 그녀를 맞이하는 다른 주부들은 당차게 걸어가는 이 워킹 맘의 모습에 그녀에게 한마디를 한다.


"어쩜 아줌마가 다 되어서도 예쁘게 차려입고 매일 직장에 나갈 수 있다니. 너무 부러워요."

     

그런데 그녀가 자신의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여성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던 시절에 어린이집을 지어 여성 사업가인 원장이 되자 동네 주부들이 서로에게 말한다.

  

"아니, 직장생활 잘하더니, 이젠 사업까지 해요? 여성사업가라니. 남자들도 쉽지 않은 사업인데. 정말 멋있네요. 나도 저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거기다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운영하여 동네의 유명한 어린이집으로 사업을 키운다.  

 

또한 그때 당시에는 딸보다 아들을 더 선호하는 마음이 더 강하던 시대였다. 그뿐만 아니라, 여자가 남자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하는 걸 등한시하던 시대의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그녀의 딸이 학업에 더 성과를 내고 집중할 수 있게 자녀 교육을 강조하며 공부를 많이 시켰다.


"여자도 이제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올 거다. 너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너의 꿈을 펼치고 너의 실력을 더 사회에 발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녀의 딸은 그런 어머니의 바람대로 학업성적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학교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또한 학급반장은 물론, 학교 회장을 할 정도로 인기를 많이 얻었다. 학교 모든 아이들이 그녀의 딸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그녀의 딸은 같은 학교 여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와아! 남자 애들과의 쟁쟁한 경쟁을 물리치고 여자 전교회장이라니. 대단하다. 개교이래 학교에서 처음 있는 일이잖아."


그녀의 딸은 점차 자라 학업에 더욱더 정진하고 일하여, 나중에는 커서, 한국 최초 우주인이 되기까지 한다. 국, 그녀의 딸은 결혼해서도 그녀처럼, 워킹 맘이자, 커리어 우먼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더욱 키우며 사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그녀의 남편도 점점 더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홀로 벌이를 해야 하는 마음의 짐을 벗고, 아내가 일하며 잘 정착하자, 그녀의 남편도 회사일에 더 집중하여 일했을 뿐만 아니라, 그래도 넉넉한 살림에 주변사람들에게 잘 베푸니 주변사람들이 그의 곁에 몰렸다.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자  그녀의 남편도 더욱더 직장에서 실력을 더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승진도 빠르다 보니, 결국 더 높은 임원의 자리에 서고, 점점 더 잘 나가는 가장이 되었던 것이다.     


그녀가 워킹 맘으로서, 남편과 자식 모두를 성공의 길로 만들어 내자, 그녀가 바쁘게 동네를 빠져나갈 때마다 동네 주부들의 부러운 시선이 그녀의 뒤에 따갑게 꽂히며 하염없이 그녀의 뒷모습에 머물렀다.     


'우린 집에 있는 주부로서, 남편이랑 자식들 뒷바라지해도 잘 안 되는 일을, 일하는 주부로서 남편과 자식까지 다 성공으로 이끌다니...'


또한, 일을 위해서 신식 문물을 빨리 접하게 된 그녀는 이제 막 한국에 출시된 신식 핸드폰을 가지고 동네 길을 통화하며 나오는 것이다. 거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까지 사서 마음껏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자신 스스로 갈 수 있는 그녀의 자유로운 삶이, 집에 갇혀, 동네에 갇혀, 동네 주변만 맴돌아야 하는 동네 주부들에게 깊은 울림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 그녀를 보다가 용기를 내서, 작은 부업을 하거나,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던 주부들도 동네에서 점차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동네에서 조금씩 일하는 워킹 맘들이 더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대가 점차 지나가며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여자들도 이제, 여성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여 사회로 점차 진출했다. 이제는 동네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이제 70 되어 가는 나이에도, 아직도 자신의 사업체를 잘 운영하여 오랜 전통이 있는 특색 있는 어린이집으로 만든 뚝심 있는 커리어 우먼이자, 이제 자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어머니이자, 손주가 있는 할머니이며, 이제 은퇴 한 남편을 둔 아내인 그녀는 오늘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업을, 일을 잘하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인다.     


그녀의 힘찬 걸음이 동네의 아침 속, 동네 주부들의 눈에 오늘도 어김없이 들어온다.


오늘도 그녀는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쏟아져 나가는 많은 여성 커리어 우먼과 워킹 맘들과 함께,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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