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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thm 지오그라피 Oct 18. 2022

나는 갑자기 경영인이 되었다 (10)

성장 속도에도 정답(척도)이 있을까, 2017년 1~2월

2016년에 어쨌든 매출을 2배를 달성하고 난 뒤로, 욕심이 생겼다.

이 상태로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회사를 만들어 내서, 어쩌면 굉장한 회사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그런 욕심.

그래서 2017년 1월 부터는 혼자서나마 사업 계획서 (연간 계획서) 같은 것을 만들어봤던 것 같다.


사업계획서를 쓰다보니 디테일한 숫자들에 대해서 알려주는 이는 없었고 혼자서 매출과 이익 정도만 알던 나는, 우리 업계의 다른 회사들 매출을 살펴보면서 나 나름의 단계별 성장 목표 등을 세워봤었다. 


재수가 흔했던 우리 나이, 조금 빠르다는 친구들이 하나 둘 사회로 나오기 시작하고 있었지만 아직 졸업도 먼 얘기였던 친구들이 더 많은 추세였다. 그 사이 나는 2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우리 나름의 시장을 만들어냈고 (물론 지금 생각하면 미미한 매출이지만) 계속해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출장도 이전보다 더 다니고 샘플에도 아낌없이 투자를 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 번 돈은 거의 출장비/샘플비로 다 썼던 것 같다. 비행기표 및 현지 체류비용만 월 평균 150~200만원에 DHL, 페덱스 및 아시아 특송업체들 월 평균 결제 금액이 100~150만원인데 그 만큼을 쓸 정도는 사실 아니었을텐데. 


공장이 말레이시아 남쪽 (싱가폴 국경지역)에 위치하여 싱가폴로 가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 공장을 자주 왔다갔다 했었다.


2016년 6월 첫 업계 경력자를 부장으로 스카우트한 이후로, 무역 업무를 담당해줄 사무직원 1명, 부장님과 내 영업 및 각종 잡무를 할 젊은 직원 1명 (젊다고 해봤자 보통 나보다 3~4살 씩은 기본적으로 많았다.)을 우리는 연말까지 채용한 상태였다. 특히 사람인에는 항상 채용을 열어놓고 프리랜서 형태로 일할 또는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줄 나이는 많으나 경험이 많아 상대적으로 몸값이 저렴한 사람을 사장님이 계속 찾겠다고도 하셨다. (당시 어떤 업체에서 그런 직원으로 대박을 쳤다나 뭐라나..)

아무튼 젊은 직원이라고는 나와 다른 직원 1명, 그리고 가끔 도와주는 부장님과 함께 거의 매달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샘플들을 엘리베이터 없는 2층으로 낑낑거리며 옮기고, 샘플 선별하여 업체들에 소개하고 하는 반복 과정을 계속 거쳤다. 

우리 업계의 제일 중심지에서는 살짝 빗겨나 있는 우리 사무실의 위치임에도 지나가다가 들르는 동종업체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일반 소비자는 거의 1년에 1~2팀 정도) 당시에 취준하던, 또는 종강하여 쉬거나 하는 친구들을 일일 용병으로 불러 같이 샘플을 옮기고 하기도 했다. 


다른 업체들과 비교하는 것에서 사실에 가까운 것은 그들의 매출과 이익률 (외감에 해당하는 회사들의 재무제표는 신뢰도가 높다는 가정하에). 그러나 그러한 결과물을 받아들기까지 어떤 것이 주요한 요인이었는지는, 누구도 100% 확신하지는 못할 것.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헷갈리지만 내부에는 그런 것들을 고민하는 사람이 없었고, 사실 더 나아가서 우리 업계에도 그런 것 까지 고민하면서 사는 사람은 만나보기가 힘들었다.


어쩌면 외로운 싸움처럼 나 혼자서는 성장속도를 정해보고, 그걸 달성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보고, 혼자서 테스트해보고 하는 과정이었지만, 모든 업종에서 먹히는 방법이 없듯, 어쩌면 나는 증명해낼 수 없는 것 (좀 더 냉정히 말하면 실현이 불가능한 성장전략)을 혼자서 남들과 다르게 해보이겠다며 고집했는지도 모르겠다. 


재수를 하던 무렵, 당시 아랍어가 핫했는데, 제 2외국어 영역 중 아랍어는 상대적으로 시간 투입대비 만점을 얻기가 쉬웠고, 이를 사탐 1과목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는 장점 때문에 사탐을 2과목만 공부하고 아랍어를 쉴 겸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진학 컨설팅 같은 것을 하면서 아예 이런 전략을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탐 1~2과목 정도는 다들 자신 있으니 그러면 언수외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그런. 


스타트업, 창업 업계에도 연쇄창업가라는 사람들이 있다. 적당한 시장 적당한 아이템을 가지고 훌륭한 사람들과 뛰어난 실행력으로 빠르게 사업화시켜 적당한 규모의 크기 회사를 매각하는 것. 그것을 업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어쩌면 나도 지금의 회사를 그렇게 만들어낼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을 하며, 어떠한 정답을 알아내고자 계속 궁금해하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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