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친구들을 돌아보니, 2016년 7~8월
사람의 실제 나이와 인식하는 나이에는 시차가 항상 존재하는 것 같다.
20대 초반에는 계속 갓 성인이 된 스무살 같다가, 20대 중반에 접어들던 이 시기에는 20대 초반 때처럼 철없이 놀고 싶었고, 30 보다는 29이 더 충격으로 다가왔듯, 30대 초반이 된 지금도 나는 아직 20대 후반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가 문득 내 나이를 깨닫고는 다시 일에 매진하곤 한다.
나는 20살에 재수를 했었다. 초중고 내내 나서는 것을 좋아해서 학급회장을 하던 나같은 친구들은 비슷한 매너리즘에 빠진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대강 열심히 하면 표가 나게 공부를 할 수 있는데 (적당히 좋은 성적을 얻는) 거기서 스스로 모범생 롤에 취하면 어느샌가 공부에서는 뒤로 밀려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나 또한 중학교 시절을 그렇게 게을리 보냈고, 다양한 중학교에서 온 친구들이 처음 모여 입학고사를 치르던 날, 살면서 처음으로 B반에 들어가보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 첫 시작은 50%의 아래에서 시작을 했었다.
처음 언더독이 되어봤던 나는 그 이후로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까지 슬럼프였는데, 하필 제일 자신이 없던 수학선생님을 담임선생님으로 만난 행운으로 수학 성적이 오르며 어느덧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갑자기 상위권에 랭크되는 경험을 했다. 결국 고3 마지막 모의고사에서는 문과 2등의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과민성 대장을 지닌 나는 (굳이 핑계를 대본다) 수능에서 미끄러져 재수를 했었다.
재수학원은 휘문고 앞에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 버스를 타고 가거나, 집으로 돌아갈 때는 항상 저 포르쉐 매장을 지나가야 했다. 차에 관심이 없지만 포르쉐는 뭔가 상징같은 것이었고, 어느덧 공부와는 멀어진 현재의 일을 하면서 저 매장을 우연히 지나면서는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어쨌든, 재수 시절에 방황하던 내 손을 잡아준 친구들은 자습실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다. 나와 제일 친한 친구가 SS중학교, 이과 에이스 2명은 SD중학교, 그리고 문과 에이스 3명은 GW중학교, 우리 둘은 이 친구들의 공부를 항상 방해했었다.
평일 저녁에는 같이 떠들다가 집가면서 얘기가 길어져서 새벽까지 떠들다가 집에 가기도하고, 주말 저녁에는 같이 위닝방을 가기도 하고 하면서 수험생의 스트레스를 같이 날리던 친구들. 그 중 4명의 친구들이 바로 최고의 성적으로 대학에 합격했고, SS 중학교 2명은 바로 재수행. GW 중학교 1명은 재수, 1명은 반수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아무튼 나는 재수를 하면서 많이 방황했고, 이 시기에 나를 잡아줬던 친구들은 이 친구들이었는데, 항상 애석한 것은 그 시기에는 그것을 모르고, 고마움을 표현할 시기에는 뭔가 멋쩍게 지나가고, 결국 애매한 덩어리 같은 것을 남긴 채로 관계가 유지된다.
20대 중반, 이번에는 반대로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일을 시작했다. 물론 어렸을 적 원하던 일이 아니고, 친구들이 부러워할 일도 아닐테지만. 같은 목표의 공부에 있어서는 친구들이 잡아줄 수 있었지만, 이번 상황은 애매했다. 되돌아보니 저 시기의 나는 놀고 싶어하기도, 또는 또래의 다른 친구들처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싶기도 (취업 또는 진로) 했었던 것 같다. 다만 공통점이랄 것은 주말에 노는 것 뿐이니 주말에 모여서 더 열심히 놀고 싶어했던 것 같다.
아직 포기 못했었던 음악에 대한 꿈은 애써 주말에만 꺼내놓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