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의 처음들, 2016년 5~6월
무역회사로서의 유일한 장점은 재고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1년여 간의 경험을 거치면서 단순히 무역, 수입 대행만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하에 여러가지 체제 변화를 했다. (재고 보유 및 매장형 사무실을 통해 조금 더 다양한 고객 확보)
그러던 중 2015년말 연말 할인 제품을 수입하여 2016년 3월 국내 도착, 4월에 하남 물류 창고에 넣었던 물건이 있는데, 이제 막 샘플을 돌리고 영업을 시작하던 5월 갑자기 창고에 불이 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차피 타일은 불연재이니 별 걱정을 안했는데, 웬걸. 뉴스에 날 정도로 심각한 화재사고였고, 타일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적재해놓은 나무 팔렛트가 타면서 무너져내려 창고에 보관 중이던 제품 대부분이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재고를 보유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수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물론 거의 신생업체 수준이니 조금의 재고 수량도 치명적이었긴 하다) 판매 금액 기준으로 7~8억원씩 손해를 본 업체들이 있을 정도로 큰 화재사고였다. 더 큰 문제는 10 수년을 창고업을 하면서도 해당 창고에서는 화재 보험을 들은 적이 없었고, 심지어 창고에 보관 중이던 15개 업체들은 이러한 사실도 확인을 안하고 있을 정도로 무방비 상태였다. (시간이 6년이나 지난 현재, 겨우 겨우 승소 판정을 받았지만 창고에서는 이미 재산 명의를 다른 사람들로 돌려놓은 상태로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2016년 5월에서야 겨우 위치, 주차, 평수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사무실을 계약했고, 혼자서 부푼 꿈을 안고 약 31평 정도 되었던 두 번째 사무실이자 첫 전시 공간이 있는 사무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이리저리 배치해보는 즐거움을 가져보았다.
집에서도 해본 적 없는 첫 인테리어 공사였고, 업무를 잘 모를 때라 지금 생각해보면 허술했던 점이 엄청 많았던 공사이기도 했다. 아무튼 가장 힘을 주고 싶었던 메인 공간의 저 길다랗고 새하얀 테이블 만큼은 꽤나 잘 나왔는데, 저 테이블에서 내 공간을 갖길 원했던 것처럼 많은 친구들을 업무 시간 이후에 초대해서 같이 놀았던 추억이 남아있는 공간이다.
물론 현재 이 건물은 건물주가 소유한 옆, 뒤 건물과 함께 비워져가고 있으며 아마도 전체적으로 재건축을 통해 새로운 건물로 태어날 예정이다. 얇디 얇은 창문에서 찬바람, 더운바람이 전혀 막아지지 않았고, 1970년대 건축 이후에 단 한 번도 수리한 적 없어보이던 열악한 화장실 등등 이젠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그리고 마지막 '처음'. 처음으로 경력직 직원을 스카우트 했다. 거래량은 많지 않았지만 제품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고 업체들도 많이 소개해주던 업체 사장님이 소개해준 직원이었다. 나보다는 열댓 살 많은 분이셨는데, 사장님은 영업 쪽의 경험이 전혀 없었기도 하고, 나 혼자서 영업을 뛰기에는 점점 일이 많아지고 있어서 경험이 있는 직원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우리 회사로 온 이후, 우리 회사에 주력 상품이 없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사장님과 셋이서 중국 출장을 갔었고 다양한 회사들을 방문하면서 우리가 수입 가능한 제품들 중에 이러 이러한 제품들을 샘플을 받아 품평회를 진행해보자고 하여 열심히 공장들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선정했었다.
1년이 지나면서 나는 어느덧 최대 휴학 기간 2년 중 1년을 사용하게 되었고, 점점 이 업계에 진입하고 있던 중, 세 가지의 처음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모든 직장인들, 사업하는 분들이 그렇듯 이 이후에도 정말 많은 처음들을 겪었다. 물론 이것들이 모두 성장으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 채로 아직도 처음들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