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 먼저인가 소싱이 먼저인가, 2016년 1~2월
2015년 매출은 가까스로 10억원을 달성했다.
물론 우리는 무역회사 (오파상, offer 상)이기에 매출이익률이 4~7% 정도이므로 실제 영업이익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커미션 베이스로 활동하는 무역상들도 있는데 (직접 매입/매출을 하지 않고 커미션만 받는), 그럴 경우 커미션이 곧 매출이익에 해당한다.
하지만 건축자재 업계는 그런 깨끗한 논리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사장님은 항상 말씀하셨다. 그래서 커미션 베이스로 활동할 경우 순식간에 공장 소스가 노출되므로 위험하다고.
아무튼 이제 새로운 거래 '건'들을 확보해야 하는데 사장님과 나는 생각이 엇갈렸다.
사장님 :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었으니 V사를 만나게 되었고 결국 판매까지 이루어졌다. 이제 또 다시 좋은 제품을 찾아내고 개발해놓는 것이 먼저다.
나 : V사를 만난 상태에서 그들이 필요한 제품을 알게되었고, 운 좋게 우리가 갖고 있던 것이 있어서 바로 판매로 이어졌다. 더욱 많은 고객들을 만나는 것이 먼저다.
사실 정답은 없을 것이고, 산업군마다 다를 것이고, 상황에 따라 또 천차만별로 달라지겠지만 나는 이것을 '세대차이' 관점으로 접근을 했었다. 풍요를 넘어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젊은세대들은 내가 필요한 것을 꼭 구해야만 한다. 싼 것도,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기성세대들은 풍족하지 못했고, 파동을 겪어보기도 했고, 속도와 효율성이 항상 중요하기 때문에 무난하고 싸고 바로 살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D2C (Direct to Customer) 에 대한 개념도 사장님의 관점에서 보면 공장에서 바로 가니까 싸고 빠르잖아?가 되고, 나의 관점에서 보면 중간 중간의 유통/도매상들의 의견 개입에 따른 왜곡 없이 소비자의 욕구가 직접 반영이 되니 제품이 더욱 fit 하잖아? 로 바뀌는 과연 무엇이 먼저인가의 무한 굴레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당시에 더욱 최종소비자들의 생각들을 들어보고자 한복 브랜드를 크게 하고 계신 친구 어머니도 찾아뵙고, 친구들의 의견도 물어보면서 요즘 꽂혀있는 인테리어/디자인이 있는지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회사의 일은 거의 95% 이상이 무역을 통한 매출에서 나오고 있었고, 당시에 건축자재에서는 D2C는 커녕 B2C도 취급을 안하던 회사들이 많았기에 너무 먼 이야기에 해당했다. 심지어 무역은 무역, 도매는 도매, 소매는 소매 등 확실하게 영역이 나뉘어져 있고, 당시까지는 무역회사가 도매를 하거나, 도매회사가 소매를 하면 엄청난 질타를 받고 불매운동까지도 일어나던 당시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론적으로는 큰 규모의 업체들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며 20대 중반의 나는 40~50대 책임자들 또는 50~60대 사장님들을 만나며 지속적으로 영업을 하게되었고, 그러던 중 운 좋게 만난 40대가 사장님인 한 업체를 (영업력이 좋아 이른 나이에 독립하여 회사를 차린) 만나게 되었는데, 우리와 서로 얻을 것 줄 것이 명확한 최고의 파트너였다. (알고보니 이 업체는 내 인생 최악의 업체였고 아직까지도 우리와 법적 분쟁 중인데 이것은 나중에 차차 설명하기로 한다.)
당시 회사는 일반 소비자 또는 건설사를 상대로 2010년대 중반 유행하던 포인트 타일을 국내에서 생산하던 회사로, 하얀색 베이스 타일을 원료로 위에 유약을 다시 뿌려 디자인을 올린 다음 판매하는 공장이었고, 하얀색 베이스 타일을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업체가 필요한 차에 우리를 만나게 되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주요 조건에 맞는 각 사이즈별 제품별 단가를 견적받아 넘겨줬고, 테스트 물량을 시작했고, 순식간에 나의 두 번째 거래처는 그렇게 우리 회사의 2번째로 큰 고객사가 되었다. 이때도 나는 사장님께 이러니 영업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라고 반문하였으나 역시나 사장님은 인정하지 않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