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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thm 지오그라피 Sep 19. 2022

나는 갑자기 경영인이 되었다 (3)

Reference의 중요성, 숫자의 중요성, 2015년 11월~12월

그렇게 처음으로 큰 발주를 수주한 뒤로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이 된 이후로는 조금 수월하게 일이 진행될 수 있었다. 디제이를 할 때도, 첫 시작이 어려웠지 한 두번의 경력 또는 레지던트를 하고 있는 곳이 생기면 그 경력 하나로 다음 번 컨택이 더 수월해지거나, 또는 직접 의뢰가 더욱 들어온다거나. 어쩔 수 없는 Reference 의 중요성이었다. 

말레이시아 딜을 성사시킨 후 다시 중국-말레이시아 출장 길에 올랐다. (무슨 마약상이 물건 확인하러 다시 가는 느낌) 이때는 출장을 다니고 하는 것이 그저 좋았고 이것들 또한 다 비용임을 인지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나의 해외 출장 중에서 순수하게 쓰는 비용은 비행기표가 전부이며 보통 호텔부터 식사와 교통편까지 공장 등에서 제공을 한다. 물론 호텔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큰 거래를 할수록 공장에서는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데, 처음 다닐 때는 단순히 우정으로, 호의로 제공하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내가 하는 만큼 (=내가 얼마나 중요한 고객이 되느냐) 그들은 나에게 favor 를 제공하는 것이었고, 바꿔말하면 내가 비싼 것을 요구할수록 나중에 물건 값에 그 비용들은 자연스레 녹아들게 된다. 물론 진짜 우정으로 제공하는 친구들이 나중에는 생겼지만, 사회에서의 '친구'가 단순히 우정으로 유지되지 않는 것처럼 마냥 동네 친구처럼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혼자서 하니까 시행착오가 필요하지 라고 생각하기엔 지금 생각하면 낯뜨겁던 과거.



아무튼 말레이시아 건이 성사되고 난 뒤로 기존에 영업을 갔을 때 쳐다보지 않던 회사들이 V사와 거래한다는 소식을 어떻게 듣고는 관심이 생겼다며 다시 미팅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고, 추진력을 얻은 우리는 새로운 업체들을 더 만나면서 새로운 일을 더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공장에서도 우리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고, 많은 공장들이 우리와 미팅을 통해 판매를 해보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이렇게 열심히 달린 결과, 입사 6개월 정도가 되어서야 연말에는 매출 등 마감이라는 것을 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사장님은 정말로 아무것도 알려주는 것이 없었다. 사실 매월 마감을 해야 했고, 더 나아가 규모가 커지는 회사일수록 매일, 매주 단위로 매출, 수익률, 현금보유량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해서 점검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어쨌든 2014년 대비, 2015년은 7월부터야 제대로된 영업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일부 올라간 결과표를 받아볼 수 있었다.


당시에는 매출, 매출이익, 영업이익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그것을 알려주는 사람들도 없었다. 주변 업체들 (V사 등의 큰 업체를 제외한)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돌아갔고, 일에 크게 진심인 사람들이 없었고, 아마 이때쯤 부터 혼자서 인터넷을 찾아보며 개념을 정립해 갔다. 시간이 더 지나서야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최근에는 모임이나 일에 진심인 사람들을 찾아가 더 배우고자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이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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