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방 알바 이야기
식당 주인들은 대부분 주방 아르바이트에게 심하게 잔소리를 하진 않는다. 잔소리가 많으면 일하는 사람이 욱 하게 되어 있고 다시는 일하러 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자에겐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고 또 해야만 한다.
나 역시 초기에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바쁜 집일수록 많이 들었다.
잔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던 집은 고깃집이었다. 그중에서도 칼 관리 때문에 제일 많이 혼났다. 칼을 쓴 후에 곧바로 제 자리에 갖다 놓아야 하는데, 내가 깜박하고 옆에 두곤 했다. 잠시 후에 또 써야 하기 때문에 그냥 도마 옆에 두기도 했다. 칼을 두는 자리가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주방장은 그걸 1초 만에 보고 지적했다.
"언니, 칼!"
식당 주방용 칼은 일반 집 칼과는 다르다. 크기가 배는 되고 슬쩍 스치기만 해도 크게 베일 정도로 날카롭다. 칼을 아무 데나 방치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도마 옆에 있던 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발가락이나 종아리를 다친 사고는 아주 흔하다.
초보자인 나는 무채 하나를 썰 때도 속도가 느렸다. 조심해서 타악, 타악, 타악, 하고 썰었는데, 등 뒤에서 들리는 다른 직원들의 칼 소리는 다다다다다다다다 했다. 깜짝 놀라서 뒤돌아 보면, 그들이 썰어놓은 무채가 내가 썰어놓은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가지런해서 진짜 신기했다. 처리하는 양도 내가 무 한 개를 썰 때 세 개를 썰어 재꼈다. 그런 엄청난 속도도 칼이 잘 들어야 가능하다.
이 식당에는 주방 인력이 총 일곱 명이었는데 칼이 좀 무뎌졌다 싶으면 누구나 쇠봉으로 된 칼갈이를 왼손에 척 들고는 창창 창창하면서 칼을 갈았다.
식당들은 모두 그렇게 칼을 날카롭게 갈아 놓는다. 그래서 나는 아르바이트 초기에 칼질을 하면서 손톱이 썰린 때가 많았다. 칼질을 할 때는 재료를 고정하는 왼손의 손가락들을 조금 구부리고 해야 하는데 그 습관이 안 들어 있어서 그랬다.
족발집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흰색 면장갑을 끼고 양배추를 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면장갑의 검지와 약지 끝부분이 잘려 나가고 없었다. 깜짝 놀라서 썰어놓은 양배추를 들쳐 봤지만 장갑 조각이 보이지 않았다. 장갑 쪼가리가 어디 갔나 애태우면서 양배추 썰어놓은 더미들을 다시 들쳐보고 다시 들쳐보고 했는데 끝내 찾지 못했다. 이 집에선 채를 썬 양배추를 씻지 않고 곧바로 샐러드를 만들곤 해서 양배추를 물로 씻을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그 많은 양배추를 한 줌씩 덜어 쪼가리들을 털어냈다. 하지만 털어놓은 쪼가리들 속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불안해서 또 한 번 양배추를 들쳐봤지만 장갑 조각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주방장이 급하게 양배추 썬 것을 가져오라고 했다. 할 수 없이 양배추를 넘겨주었다. 혹시 주방장이 장갑 쪼가리를 발견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아무 얘기가 없었다. 그래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이 집은 배달 전문이었는데 그날 새벽부터 이틀 동안 고객 리뷰를 하나하나 읽어보며 마음을 졸였었다. 다행히 아무도 항의 글을 올리지 않았지만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머리털이 쭈뼛한다. 장갑 쪼가리는 어디로 갔을까. 다행히 쓰레기로 털려 나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