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생각나는 음악
겁 많은 내 무서움을 달래주는 자장가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시골은 가로등이 없었다. 시커먼 밤에 밖을 나서려면 손전등을 켜고서도 혼자는 엄두도 못 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소복 입은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
환한 달빛이라도 비춰주면 그나마 위로가 됐다. 밤에 부모님 심부름을 가면 남매들과 함께 나선다.
서로 의지하며 물건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남매들이 겁 많은 나를 놀리곤 했다.
자기들끼리 쏙닥거린 후 숨바꼭질한다며 모두 사라져 버리면 나는 집에 오는 내내 “엄마야!” 소리소리 지르고 눈물까지 쏟으며 걸음아 나 살려라 있는 힘껏 뛰었다.
이런 나를 남편과 두 아들이 장난 삼아 방문 뒤에 숨어있다가 내가 지나가면 “까꿍” 하며 놀래주곤 했다.
뭔가에 집중하거나 넋 놓고 있을 때도 세 남자가 “어이.”하며 내 등을 툭 치면 화들짝 놀라서
“겁 많은 줄 알면서 놀리냐?"라며 화까지 냈다.
또 휙 돌아서다가 옆에 누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기겁하며 놀라는 나를 보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닌데,,, 한집에 있는 거 알면서 놀라네."라며 신기해했다.
산후관리 중 산모가 일을 보러 외출하는 경우 아기와 단둘이 집에 있게 된다.
겁이 많은 내가 혼자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슬슬 무서워진다. 게다가 아기까지 자고 있으면 집안이 적막강산이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도 어디선가 부스럭 소리가 들리는 것 같으면 무서워서 휙 고개 돌려 뒤를 확인하기도 한다. 아기라도 깨어 있으면 말을 걸거나 안아주면 훨씬 위안이 된다. 겁 잔뜩 먹고 있을 때 자던 아기가 깨면 오히려 반갑다. 이때 겁먹은 나의 마음과 깨서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섬집아기’를 부른다.
아기 엄마가 없을 때 불러주는 자장가는 ‘섬집아기’가 쾌 어울린다. 이렇게 어른인 나도 자장가에 무서움을 달랜다.
아기를 위해 음치 박치가 대수냐
큰아들을 낳은 지 3일 만에 집에 왔다.
3월 초라 밖은 쌀쌀했고, 워낙 추위를 타는 아내의 산후조리를 위해 남편이 뜨끈하게 집안 온도를 높여놓은 상태였다.
아기를 처음 집으로 데려오는 역사적인 날 이상하게 다른 기억은 하나도 없는데
딱 한 가지 장면은 사진 찍어 놓은 것처럼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것은 아기를 내려놓자마자 임신 중에 들려주던 태교 음악을 틀기 위해 새까만 오디오에 달린 유리문을 열어 테이프를 넣고 음악을 틀던 장면이다. 들어 옮길 수 있는 작은 것이 아니라 결혼 선물로 받은 장식장 같은 큰 오디오였다.
사진을 보는 듯 그 한 장면이 종종 떠올라 ‘내가 아기에게 참 열심이었구나!’ 하며 혼자 웃음 짓곤 한다.
두 아들 키울 때는 ‘잘 자라 우리 아가’를 많이 불러줬다. 이 자장가를 불러주다 보면 나도 아기와 함께 평온해지고 슬슬 잠이 온다.
‘잘 자라 우리 아가’는 밤에 칭얼대는 아기에게 들려주기 딱 어울리는 가사다.
산후관리를 할 땐 낮에 만나는 아기에게 이 자장가를 불러주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다.
아기를 키운 지 오래돼서 다른 자장가는 별로 생각나지 않아 새로운 자장가를 찾아 익혀야 했다.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아래에 적어 놓은 자장가의 음률이 귀에 익었다.
그런데 박자는 바로 알겠는데 몇 글자 안 되는 가사가 쉽게 외워지지 않았다.
종이에 적어 놓고 수시로 쳐다보니 머릿속에 조금씩 입력되는 것 같았다.
외웠다는 생각이 들어 아기에게 불러주다 보면 가사가 뒤죽박죽 앞과 뒤를 바꿔 불렀다.
'이런들 어떠랴. 잠투정하는 아기에게 너 옆에 내가 있다는 사랑의 메시지가 중요한 거지 가사가 뭐 그리 중요하랴.' 이리 생각하고 자주 불러주다 보니 어느새 입에 촥 달라붙어 잘도 나왔다.
1. 자장자장 우리아기 자장자장 우리아기
꼬꼬닭아 우지마라 우리아기 잠을깰라
멍멍개야 짖지마라 우리아기 잠을깰라
(앞집개도 짖지말고 뒷집개도 짖지마라)
자장자장 우리아기 자장자장 우리아기
2. 금자동아 은자동아 우리ㅇㅇ이 잘도잔다
금을주면 너를사며 은을주면 너를사랴
나라에는 충신동이 부모에는 효자동이
자장자장 우리아기 자장자장 잘도잔다
3. 금자동아 옥자동아 착한ㅇㅇ이 잘도잔다
형제에는 우애동이 친척에는 화목동이
이동네저동네 웃음동이 우리아기 예쁜아기
자장자장 우리ㅇㅇ이 착한아기 잘도잔다
노래가 주는 놀라운 힘
EBS<육아학교-부모 핫이슈>에서 방송한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의 놀라운 효능’에 대한 내용이다.
영국의 한 병원에서 7개월에서 4살 사이의 심장 및 호흡기 질환이 있는 어린이 환자 37명에게 실험을 했다.
자장가를 들려줬을 때와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에 아이들이 느끼는 통증의 정도와 심장박동수를 측정했는데, 그 결과 자장가를 들려줬을 때만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떨어지고 심장박동수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연구팀을 이끈 교수는 “음악과 아기에게 불러주는 노래엔 뭔가 특별한 게 있기 때문이다.”라며 자장가가 실제로 아이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음악은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가끔 TV에서 소에게 음악을 들려줬더니 젖이 많이 나온다든지, 작물에 음악을 들려줬더니 더 튼실하게 큰다든지 하는 내용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음악이 주는 효과가 동식물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사람에겐 두말이 필요 없지 않겠는가.
엄마들은 임신 중 태교를 위해 대부분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등의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은 태아는 물론 태어난 아기에게도 도움이 된다.
1살 이전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음감과 지능 수준이 향상된다고 한다.
음악은 아기의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인지 및 언어발달뿐 아니라 모든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엄마·아빠라면 직접 연주를 해서 들려주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음악에 노출해 줄 것을 권한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면 아기가 음악에 집중하여 울음을 그치기도 하고, 아기의 불안감을 낮춰주고, 진정시켜 주며, 편안하게 해 준다.
음악이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알기에 새로운 아기를 만나는 첫날부터 산모에게 들려줬던 태교 음악이 있는지 물어본다.
“산모님, 임신 중에 틀어주던 음악 아기에게 들려주게 가져오세요.”라고 하면
“어, 없는데요. 안 들려줬는데요. 틀어줘야 해요?”라고 답하는 산모들이 생각보다 많다.
“아 네, 없으면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태교 음악’ 검색하면 많이 나와요. 그걸 태블릿이나 핸드폰으로 들려줍시다,”라고 말해준다.
“내일은 저 출근하기 전에 틀어놓으세요.”라고 약간의 강제성 있게 말을 해두면 처음 며칠은 잊어버리기 일쑤다.
“어 음악 잊으셨네요. 아기 음악 틀어줍시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면 그다음부터는 여지없이 출근 전에 틀어져 있다.
음악 들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가? 생각하겠지만 엄마의 이 작은 행동 하나가 앞으로 아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고, 습관 들이게 하는 씨앗이 됐으면 하는 나의 작은 서비스다.
엄마·아빠는 잠이 와서 칭얼칭얼 보채는 아기를 안고 재운다. 이때 아기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아빠가 사랑으로 불러주는 자장가다.
박치 음치면 어뗘랴. 아기를 안고 좌우로 흔들흔들 춤추듯 움직이며 말을 걸어주듯 읊어주면 되는 것을.
엄마·아빠가 아기에게 불러주는 자장가가 아픈 아기의 통증을 완화해 주고, 심장박동수를 낮아지게 하는 놀라운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워싱턴대학 두뇌 학습연구 발표에 의하면 클래식 음악에 자주 노출된 아기는 혼자 음악을 들었는지
엄마·아빠와 함께 들었는지에 관계없이 부모와의 유대감이 강화됐으며 더 많이 웃었다고 한다.
급성장하는 생후 1년까지 아기에게 엄마·아빠가 불러주는 자장가나 틀어주는 클래식 음악은
아기의 뇌를 성장시키는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아기에게 음악이 친숙해질 수 있도록 잊지 말고 자주 들려주자.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음악치료학과 정현주 교수는 인터뷰에서
“자장가에 대해 첫째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은 청각 자극의 하나인데,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둘째로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리듬이 신체와의 동조화를 이끌어주기 때문에 심장박동수 같은 것을
매우 안정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셋째로는 아이가 통증을 조금 더 적게 지각할 수 있도록 음악이 그 분산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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