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 위해 쓴다
"라떼는 말이야... 수돗물은 그냥 수돗물이었지"
얼마 전 SNS에서 수돗물에 대한 글을 보았다.
"초등학교에서 애들한테 수돗물을 먹인다구요?"
"수돗물 먹는 게 뭐 어떻습니까, 못 먹을 물도 아닌데...'"
"그럼, 그 집 애는 먹일 수 있겠어요?"
아주 치열한 논쟁들.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는 때때로 수돗물을 먹는다.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올해 초쯤이다.
아이는 학교 갈 때마다 물통을 챙긴다.
나는 늘 말한다. 우리 초등학생 꼭 챙겨야 할 삼총사 물통, 필통, 우체통.
학교에서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물통이 필요하다.
자주 깜빡하기에 아이에게 생수 한 병을 사물함에 넣어두라고 일렀다.
그러다 그 여분의 생수마저 아이가 사용하고 채워 넣지 않은 어느 날이다.
아이가 엄마가 물통을 안 줬다며 투덜댔다.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
아리수를 먹었다고 했다.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 그때 알았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물을 아리수로 먹는구나.
아리수가 깨끗하다고 음수대에 있고 먹을 때는 다들 별말 안했는데, 초등학교에서 수돗물을 먹인다 라는 말에는 격분을 한다.
그 차이다. 우리가 수돗물을 깨끗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
내가 어릴 적에는 물을 사먹는다고 처음 광고가 나오고 생수가 나왔을 때 별 걸 다판다고 어른들은 욕을 했다.
이제 팔아먹을 게 없어서 물도 파냐며.
이러다가 공기도 파는 거 아니냐고 말이다.
실제로 코로나 때 공기도 파는 것을 보았고, 얼마 전 쿠땡에서 휴대용 산소 파는 것도 보았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이러다 정말.. 이러다 진짜... 이렇게 말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엄마 때는 어땠어?
라떼는 말이야.... 라고 아이가 물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아이가 어리니까.
그래서 나는 글을 써둔다, 아이가 엄마 때는 진짜 이랬구나. 그리고 아이도 나 어릴 적엔... 하며 얘기할 날이 올 거고, 그 아이들이 그 아이들이...
그런 날이 오겠지.
수돗물은 깨끗하다.
다만 우리가 안먹게 된 건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술은 깨끗해졌지만, 자연만큼은 수돗물처럼 ‘깨끗하다 못해 멀어진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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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업데이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