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절이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
치즈라고 해봐야 피자 위에 늘어지는 모차렐라와 햄버거 속 노란 슬라이스 치즈가 전부였다. 그저 음식의 부재료 정도로만 여겼던 내게, 한 동료가 훈제치즈를 건넸다. "한번 먹어보세요." 그의 말에 별 기대 없이 한 입 베어 물었다.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빠져들었다. 은은한 훈연의 향과 부드러운 치즈의 맛이 혀끝에서 춤을 추었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로 나는 훈제치즈의 매력에 푹 빠졌다. 특히 맥주 한 캔과 함께하는 저녁이면, 훈제치즈는 늘 내 곁에 있었다. 그렇게 애장템이 돼버린 훈제치즈. 처음엔 대형마트에서 5,500원이던 가격이 어느 순간 8,000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마케팅의 묘수인가, 아니면 단순한 물가 상승인가 의아해하던 찰나, 동료는 수시로 대형마트 세일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었다. "이번 주 치즈 할인해요!" 그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마트로 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동네 치즈전문점에서 애장템 치즈를 만났다. 이곳의 모든 치즈가 대형마트보다 저렴했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훈제치즈는 예전 가격 그대로였다. 5,500원. 이제 나는 이곳의 단골이 되었다. 가격도 착하고 집에서 가까워 더없이 좋았다. 그러나 여전히 동료는 변함없이 세일 정보를 보내주었다.
정보를 나눔에 있어서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전달자가 있다. 긍정적인 정보 전달자는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적절한 타이밍에 친절하게 공유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여 명확하게 전달해 준다.
반면 부정적인 정보 전달자는 불필요한 시점에 정보를 전달하거나, 부정적인 어조로 전달하여 대답조차 하기 불편하게 만든다. 자신의 감정을 숨겨서 말하지만, 그 감정이 전달될 때 기분이 참으로 묘하다.
결국 같은 정보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영향력이 달라진다. 나를 훈연치즈에 입문시킨, 그는 전자에 해당되는 긍정적 정보 전달자이다.
그런데 최근 그의 친절한 행위에 나도 모르게 실수 한 사건이 있다. 그때는 한창 가계부 쓰기에 몰두해 있던 시기였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던 때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동료는 친절한 세일 정보를 톡으로 보내왔다. "세일 중에 가면, 이것저것 돈을 더 쓰게 돼요." 그리고 이어서 "이제 동네 치즈가게를 이용할 거예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내 행동이 얼마나 무례했는지 깨달았다. 그는 그저 좋은 정보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누군가의 작은 친절을 당연하게 여기고, 터부시 해버렸다.
일상의 작은 친절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진심 어린 마음이며,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우리의 무심함은 때로 더 큰 상처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의 작은 친절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하며, 그 따뜻함을 다시 세상에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는 소심한 내 마음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는 긍정적 정보 전달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