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대문 밖에 있다
오랜만에 동네 뒷산을 찾았다. 겨울의 끝자락,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이른 아침이었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등산로가 질척일까 망설이다가 발걸음을 실행하기로 결심하고 나섰다. 산은 언제나처럼 고요했고, 새들의 지저귐만이 나를 반겼다.
정상에 가까워질 무렵, 예상치 못한 장면과 마주쳤다. 두 그루의 나무가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폭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따라 이 장애물이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문득 작년 여름 강원도 여행이 떠올랐다. 그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며칠간 이어진 폭우로 산길이 막혀있었다. 커다란 나무가 등산로를 가로막고 누워있었고, 나는 그저 두려움에 발걸음이 떨렸었다. 그날의 나는 장애물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동행한 분의 도움으로 간신히 길을 건넜었다.
자연은 때로 우리에게 시련을 준다. 폭설로 일주일째 기다려온 테니스 약속을 취소해야 하고, 장맛비로 친구들과 기다려 온 캠핑도 미뤄야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한숨을 쉬고 불평한다.
하지만 그 시련은 언제나 우리를 성장시키는 기회가 된다. 폭설 때문에 테니스를 못 쳤다면, 집에서 유튜브로 프로선수들의 경기를 분석하며 서브 폼을 연구한다거나. 비 오는 날의 캠핑을 베란다 캠핑으로 대체하면서 오히려 방수 텐트 설치법을 완벽하게 익힌다거나.
작년의 나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오늘의 나는 다르다. 쓰러진 나무를 바라보며 유럽의 대항해시대 개척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미지의 바다 앞에서도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나무 몸통을 넘어 정상으로 향하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자연은 오늘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우리 삶에 마주치는 모든 장애물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순간들이 내 안의 두려움과 마주하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처음 산에 오르려 할 때의 망설임이 무색하게, 지금 이 순간 알찬 하루를 보냈음에 감사하며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쌓인 눈, 그리고 질척인 땅 위로 난 나의 발자국들을 뒤돌아 보며 미소 지었다. 그것은 나만의 작은 신항로였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산책길이라 할지 모르지만, 나에겐 새로운 극복의 순간이었다.
나는 오늘도 성장했다. 늘 망설이고 겁내던 내가, 오늘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제 알겠다. 두려움 많은 이 마음도 나의 일부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용기 또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나는 반짝이는 존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