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빛을 본다
우리는 숫자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 주식 시장의 등락 · 연봉 · 성과 · 지표 · 건강검진 수치까지. 마치 모든 것이 숫자로 정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얼마 전, 친척 여동생의 출산 소식은 내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녀가 겪었던 긴 여정과 마지막 순간의 기적은, 이 세상은 숫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여동생은 임신을 위해 수많번 병원을 찾았다. 의사들은 각종 수치와 그래프를 보여주며 성공 확률을 이야기했다. 시험관 시술의 성공률 30%, 인공수정의 확률 20%, 자연 임신의 확률 15%. 그녀는 이 차가운 숫자들과 싸우며 수없이 많은 시도를 했다.
매번 실패할 때마다 그녀는 아이를 잉태해야 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탓했다. 호르몬 수치가 낮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그러다 어느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라며 자기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기적이 찾아왔다. 아무런 시술도, 약물도 없이 자연스럽게 찾아온 임신. 의학은 발전했고, 불임 치료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 하지만 생명은 여전히 신비롭다. 때로는 모든 과학적 시도가 실패하고, 포기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삶의 아이러니다.
기업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매 분기마다 쏟아지는 실적 발표와 재무제표,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부채비율. 이런 숫자들이 기업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른다"라고 했다. 이는 어떤 시장 조사나 통계로도 증명할 수 없는 통찰이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아이폰의 실패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달랑 하나의 제품이 산업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숫자는 과거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지는 못한다.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재무제표 속 숫자가 아닌, 그 이면에 숨겨진 혁신의 의지와 도전 정신에 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려보자. 첫사랑의 설렘, 아이의 첫걸음마, 노을이 아름다웠던 어느 저녁. 이런 순간들은 어떤 숫자로도 환산할 수 없다. GDP로는 측정할 수 없는 행복이 있고, 연봉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보람이 있다.
통계학자들은 말한다. 행복은 측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설문 문항 속에 갇혀있지 않다. 그것은 때로는 고단한 하루 끝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로,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는 미소로 우리를 찾아온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숫자로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대부분 예측할 수 없이 찾아온다. 마치 여동생의 임신처럼, 집착하지 않고, 매몰되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때 오히려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여동생의 아기는 이제 세상의 빛을 보았다. 그 작은 생명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단순한 출산의 기쁨만이 아니다. 그것은 이 세상에는 우리의 이성과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힘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기적을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말이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어떤 숫자로도 증명할 수 없는 위대한 진실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모든 계산과 예측을 넘어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다. 나는 그 어떤 통계에도 속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그러므로 나는 숫자의 한계를 넘어, 내 안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비록 작은 숫자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