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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저투 Nov 23. 2024

3개와 6개 사이에서



글자에도 향기가 있다
어떤 향기로 글자를 감싸야 할까?





글을 쓰다 보면 늘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의 지적, 그리고 그 지적에 대한 나의 생각 사이의 간극. 얼마 전 나는 글에서 자주 사용하던 마침표 3개를 지적받았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여운이었고, 나만의 향기였으니까.     



그러다 알게 됐다. 한국어 문법에서 마침표 3개는 맞지 않다는 사실을. 대신 가운뎃점을 써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게 지적을 했던 분은, 감사하게도 한국 문법에 맞는 바른 표현을 내게 가르쳐주시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손가락 하나로 찍을 수 있는 마침표와 달리, 가운뎃점을 쓰려면 Alt 키를 누른 채 0183을 입력해야 한다니. 이게 말이 되나?      



키보드 자판은 우리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도구다. 그런데 여운을 주는 순간마다 손가락으로 체조를 해야 하다니. 이건 마치 붓으로 글을 쓰다가 특별한 획을 그리기 위해 붓을 내려놓고 다른 도구를 찾아야 하는 것과 다름없다.   




... (마침표)       그랬다...

··· (가운뎃점)    그랬다···




그러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여운을 줄 때는 마침표를 6개 찍어야 한다는 것을. 처음엔 의아했다. 3개도 많은데 6개라니. 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마침표 3개는 문장이 끝난 건지, 여운을 주려는 건지 모호하다는 거다. 반면 6개는 명확하게 '줄임표'라는 신호를 준다고 한다.   


  

이제 이해가 간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야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있으니까. 마치 신호등이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글에서도 그런 명확성이 필요한 거다.     



이제 나는 줄임표를 쓸 때마다 마침표 6개를 찍어햐 한다. 규칙이니까. 원칙이니까. 하지만 내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 글이란 게 꼭 규칙대로만 써야 하는 걸까? 독자가 이해할 수 있고, 작가의 의도가 전달된다면, 마침표 3개든 6개든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나는 글을 쓴다. 나는 규칙을 존중한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한 사람의 작가다. 내 안의 우주를 담아내는 창조자다. 그러므로 나는 규칙을 지키되, 결코 나만의 향기를 잃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글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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