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낸 선생님
건강해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을 해서 건강한 거다
“아플 텐데”
"아~니요" (고개를 절레절래)
"이상하다? 분명 아플 텐데 "
"거긴... 안 아파요"
최근에 방문한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은 내 영상(방사선 사진)을 보며, 허리도 아플 거라 말씀하셨다. 정작 아파서 찾아간 곳은 등과 어깨였건만, 허리를 연달아 지적하셨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스무 살,
한창 꿈틀대며 자라나야 할 나이에 허리에 퇴행성 디스크가 찾아왔었다. 하루 15시간을 책상에 앉아 지내던 여고생의 마지막 선물이었을까. 그 당시 방바닥에 앉아서 밥 먹는 게 고통스러워 눈물을 흘렸던 날이 생각난다.
‘꾸준한 운동 덕분에 허리는 지금 안 아파요’라고 말씀을 연거푸 내뱉은 뒤, 본격적인 통증 부위에 관해 진료를 받았다. 여름철, 등운동을 잘못했는지 갑자기 등이 걸렸고, 그 뒤로 팔까지 아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병원에 다녀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의원, 추나, 체외충격파, 주사까지. 치료란 치료는 모조리 받아봤다.
집 앞 정형외과에선 어깨 인대가 수술할 정도는 아니지만 너덜너덜해졌다 했고, 한의원에선 오십견이라 했다. 두 병원 모두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운동을 멈추세요."
의사 선생님들의 말씀에 따라 운동을 멈췄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몸이 아픈 것보다 더 큰 고통이 찾아왔다. 꼼짝없이 집에만 있으니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우울함이 스멀스멀 기어올랐고, 그 우울함은 다시 통증이 되어 내 몸을 옥죄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대체, 내가 왜! 어째서 운동이 나를 배신하는가, 운동으로 일상을 채웠던 나라서 또래에 비해 체력도 좋았고, 이 나이에 오십견이라니!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그럴수록 나는 점점... 더... 아픈 것만 같았다.
그때는 몰랐다. 운동이란 게 단순히 근육을 키우고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살아있게 하는 생명력이란 걸.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몸속 세포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이야기한다. "우리는 움직임으로 성장하고, 움직임으로 치유된다"라고.
희망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어깨 관절 재활 전문의를 만난 건 우연이었다. 전국에 몇 분 되지 않는다는 그 의사 선생님이 우리 마을에 계시다니. 병원을 옮겨보기로 결심했다.
영상 판독 결과는 놀라웠다. 너덜너덜해졌다던 인대도 아니고, 오십견도 아니었다. 오히려 건강한 어깨였다. 목 디스크가 의심되지만, 염증이 있을 수 있으니 어깨 치료를 우선 받아보기로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단 한 번의 치료로 어깨와 팔의 통증이 사라졌다.
때론 우리는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수 있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건강도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한 게 아닐까?
아무리 백익무해(百益無害)한 운동이라도 나는 오만하지 않았나. 점검이 필요했다. 또 같은 아픔과 통증을 앞으로도, 두 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부끄럽지만 평소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걸 해보기로.
지인이 추천해 준 건 다름 아닌 필라테스다. 나는 집중 교육을 받기 위해, 재활 전문 필라테스선생님께 일대일 특별 강습을 받고 있다. 처음엔 그냥 요가 나부랭이 정도로만 알았는데, 이런 생각이야말로 오만이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기분. 처음엔 사실 망설였다. 개인 수업비가 부담스러웠으니까. 하지만 내가 아프면 무슨 의미일까. 내가 아프면 아이에게도 그 우울하고 문드러지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을. 건강한 나로 살아갈 때 비로소 삶이 빛나는 것을.
선생님은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던 것들을 가르쳐주셨다. 발바닥 힘주는 법, 발바닥 근육 사용하는 법, 바른 자세로 걷는 법, 호흡하는 법까지. 놀랍게도 일 년 간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던 발바닥 통증도 단 한 번의 수업으로 달라졌다.
무엇보다 발바닥과 아치 근육을 바로 세우는 법을 배우면서, 내 몸의 기초가 다시 세워지는 걸 느꼈다.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일은 마치 새 생명을 얻는 것처럼, 애인을 만나는 것처럼 설레는 작업이다. 나에게 운동이란 그런 존재다.
2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내 몸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 다시 찾은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흘리니 온몸에 퍼지는 엔도르핀이 나를 깨운다. 이것이 살아있음이구나. 이것이 건강이구나.
건강은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내 몸에 귀 기울이고,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 모든 의사 선생님들을 존중한다. 허나 병원마다 다른 진단과 처방이 있듯이, 우리에겐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몸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를 소중히 해야 하는 법, 이것이야말로 진리다. 건강해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해서 건강한 것이다. 이것이 내가 찾은 깨달음이다. 나는 이제 내 몸의 주인으로서 당당히 선언한다. 건강은 기다림이 아닌 움직임에서 시작된다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확신한다. 분명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리라는 것을. 제한된 몸이 주는 절박함을 온전히 겪어냈기에, 이 치유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나처럼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작은 빛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