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끝이 아닌 시작
2025년을 만나러 갑니다.
퇴근하는 길, 우편함에서 작은 선물을 발견했다. 강제로 구겨 넣은 듯한 모양새로 들어있던 그것은, 뜯어보니 오마이뉴스에서 보내온 2025년 다이어리였다(아마도 '10만인클럽'으로 취재후원을 한 덕이겠다).
며칠 전에도 단골 금융사에서 탁상달력과 다이어리를 보내왔다. 연말이면 으레 받게 되는 이런 선물들.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올해는 왠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날씨가 추워지니 자연스레 몸이 움츠러든다. 두꺼운 외투로 몸을 감싸도 스며드는 한기처럼, 마음속에도 어느새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래서일까? 글쓰기에 대한 슬럼프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도 취미처럼 시작한 글쓰기이지만, 점차 부담이 되어 이것이 정말 행복한 취미생활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매일 아침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지만, 어쩐지 내 안에 있던 이야기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점점 더 안으로 깊숙이 숨어드는 것만 같았다.
무덤덤하게 다이어리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새하얀 종이는 고운 자태로 연필을 기다리고 있었다. 괜스레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새로운 날들이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하얀 공간들은 마치 새로운 가능성을 속삭이는 것 같다. 이제 보니 이 다이어리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였고 '슬럼프를 이겨내라'는 응원이었다. 때로는 일상 속 가장 평범한 것들이 가장 특별한 의미를 전해주는 것처럼.
연말은 단순히 한 해의 끝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다이어리의 빈 페이지처럼, 우리 앞에 놓인 미래도 아직 백지상태다. 그 공간을 채워나갈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바로 나다.
나는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거창하게 작가라 불리기엔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글로 새기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때로는 서툴고 부족하지만, 마음 한편에 자리한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풀어내는 심성 고운'글쓰기 취미 애호가' 정도라고 불러준다면 좋겠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은 여전히 낯설고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2025년, 나는 이 두려움을 넘어서고 싶다. 결국 다이어리는 내게 슬럼프를 잘 이겨내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