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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저투 Dec 12. 2024

이것만 알아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웃음과 교태를
뿌려야 할 타이밍은 언제?





어릴 적, 할머니가 텃밭에서 씨를 뿌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할머니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앞마당에서 온갖 초록색들과 항상 분주하셨다. 맑은 날은 맑은 대로, 흐린 날은 흐린 대로, 늘 한결같으셨다.


     

그리곤 “땅은 정직하다. 네가 뿌린 만큼 돌려준다”라고 볼 때마다 말씀하셨다. 하지만 할머니가 진짜 강조하신 건 따로 있었다. “얼마나 많이 뿌리느냐보다, 언제 뿌리느냐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이 말은 단순히 농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할머니는 항상 같은 맥락으로 “씨 뿌리는 타이밍처럼 여자의 웃음과 교태도 타이밍이 있는 법이다”라고 하셨다. 수확한 오이를 흔들며 덧붙이던 그 말은, 삶의 모든 순간에 적용될 법한 깊은 진리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텃밭에 씨를 뿌려본 경험이 없는 도시 출신이라서일까. 아니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일까. 하지만 요즘 들어 할머니의 가르침이 떠오를 때가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나 관계를 맺을 때, 결과에만 집착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타이밍을 놓친 적이 많았다. 노력은 했지만, 그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했던 순간들. 나의 진심이 어긋나 오해로 남고, 인간관계가 피곤해질 때마다 나는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얼마나 많이 뿌리느냐보다, 언제 뿌리느냐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그 말씀은 단순히 씨앗을 뿌리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선택과 결정에서 적절한 순간을 읽어내는 지혜를 뜻했다. 이제야 조금씩 그 의미를 깨닫고 있다.      



할머니는 텃밭에서 씨를 뿌리며 단순히 땅을 가꾸는 법만 가르치신 게 아니었다. 그 과정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인내, 그리고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는 안목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 살아왔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수확하며 겨울에 쉬는 자연의 주기는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경제 활동을 형성해 온 기본 원리였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조심히 다가가고 사랑의 씨앗을 뿌리며 여름처럼 뜨거운 순간도 맞이하며 추운 휴식기도 생기기 마련이다. 자연의 리듬에 따라 우리의 행동과 심리가 조정되고, 경제 활동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움직인다. 결국 시장이나 경제가 계절과 맞아떨어지는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연과 함께 진화하며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경제는 하나의 거대한 순환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할머니의 텃밭에서 시작된 가르침은 단순히 개인적인 기억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의 모든 영역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축소판이었다.        


   

그냥...

갑자기...     



어릴 적, 할머니가 무거운 검정봉다리를 건네주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봉다리 안에는 할머니가 텃밭에서 키운 오이와 상추, 토마토 등이 가득했었다.     



할머니가 우리에게 정말로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삶을 대하는 지혜와 인내, 그리고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한마디로 '세상과 밀당을 잘하거라' 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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