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창가에 앉아 데이트를 하는 연인을 보았다. 남자는 수시로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며 미소 짓고, 여자는 시선을 아래로 한 채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남자는 끊임없이 상대의 반응을 확인하려 하고, 여자는 그 반응을 최대한 절제하고 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보고 있는 내가 괜히 더 설레었다. 분명 저들은 오늘 소개팅인지 뭔지 첫 만남일 테고, 남자는 여자가 맘에 드는 것 같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은 마치 열정적인 탐험가와 같다. 끊임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하니까. 메시지를 보내고 나면 답장이 올 때까지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하고, 데이트 중에는 작은 농담에도 상대방의 웃음이 터져 나오길 기대한다.
이런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친구의 남동생은 이런 말을 했다. "그녀가 내 카톡을 읽고 웃었을까? 내가 선물을 하면 부담스러워할까? 어떤 선물이 좋을까?" 이처럼 끊임없는 확인 욕구를, 그녀가 아닌 누나들에게 하는 것이다. 사랑을 막 시작하고 싶은 남성의 특징이려나...
이는 단순한 개인적 성향이 아닌, 더 깊은 진화심리학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수천 년간 구애자의 역할을 해온 남성들에게 있어, 상대방의 반응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성공적인 구애를 위한 필수적인 기술이었다. 시대를 불문하고,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본능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반면, 여성들의 반응 방식은 마치 고요한 호수와 같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깊은 감정의 물결이 출렁인다. 예를 들자면 "바로 답장하고 싶었지만, 일부러 시간을 뒀어. 내 마음을 다 보여주면 안 될 것 같았거든. "
이러한 절제된 반응은 단순한 계산이나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자연스러운 방어기제이자, 감정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마치 봄날의 꽃봉오리가 천천히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듯, 여성들의 마음도 시간을 들여 조금씩 열린다.
여자는, 여성은, 어릴 때부터, "숙녀다운" 행동을 요구받으며 자란다. 감정 표현에 있어 신중함을 배우며, 그것은 부담스러운 굴레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감정의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남녀의 상반된 반응 방식은 종종 관계에서 미묘한 긴장과 오해를 만들어낸다. 대학 시절, 고민 상담을 해 온 한 연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준영은 여자친구 미래가 자신의 사랑에 충분히 반응해주지 않는다고 느꼈다. 반면 미래는 준영이 지나치게 확인받기를 원한다고 생각했다. (이름 가칭)
둘 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이러한 표현 방식의 차이는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남성의 적극적인 표현은 여성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고, 여성의 신중한 태도는 관계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바다에서, 남녀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항해를 한다. 남성은 나침반을 들고 끊임없이 방향을 확인하려 하고, 여성은 조용히 조류의 흐름을 읽어가며 전진한다. 어느 쪽이 더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의 완성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남성의 적극적인 표현과 여성의 신중한 반응이 만나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진다. 결국 사랑은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성장해 가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사랑법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심을 읽어내는 지혜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참으로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