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저투 Dec 23. 2024

알고 있지만, 놓치고 있는 세상의 원리


 

때론 아프고
때론 불안하고
때론 혼란스러운

이 일상 속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은 무엇일까          


          

치과에 다녀온 언니가 종일 아프다고 했다. 평소 웬만한 통증은 잘 참는 언니였지만, 이날은 울먹이는 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참지 말고 병원에 다시 가라고 했지만, 언니는 병원에 여러 번 전화통화를 해서 괜히 자신을 징징대는 사람으로 보면 어쩌냐며 망설였다.


      

"병원에 가는 이유가 아프지 말라고 가는 건데, 치료를 했는데도 아픈 거면 문제 있는 거 아니야?" 그러지 말고, 병원에 가서 의사와 면담을 하라고 설득했다.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픔 때문인지 함께 가자고 언니가 제안했고, 그런 언니가 걱정되는 마음에 나도 동행을 했다.     



그날의 경험은 내게 세상이 돌아가는 어떤 원리를 보여주었다. 때론 아프고, 때론 불안하고, 때론 혼란스러운 이 일상 속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은 무엇일까? 작은 치과 의원에서 마주한 따뜻한 진심이, 내게 그 답을 속삭여주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복잡한 세상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 걸까?  통증에 시달리던 언니와 함께 방문한 그곳에서, 나는 세상이 돌아가는 어떤 진실을 발견했다. 

    


자신을 진상 맞은 환자로 여기면 어쩌나, 언니의 생각은 지나친 우려였다. 마주한 의사 선생님은 내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랍도록 친절했다. 단순히 친절한 것만이 아니었다. 환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진심이 깃들어 있었고, 목소리에는 따뜻한 위로가 담겨있었고, 자신의 실수라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내가 병원을 옮기고 싶을 정도였다.       


              

" 일단, 제가 너무너무 죄송해요 "    


" 제가 마취주사를 많이 찌른 탓에 잇몸이 아픈 거예요. 멍든 것처럼 말이죠. 걱정하는 것처럼 과잉진료도 아니고, 꼭 해야 할 치료가 맞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끝까지 정성을 다할 테니, 저를 편한 마음으로 믿어주세요 "


     

의사 선생님은 차분한 말투와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언니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며 마음을 어루만져주셨다. 거만하지도 않았으며, 권위의식도 없었으며,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식의 조언도 하지 않았다.      



면담이 끝난 후, 언니의 간단한 소독 치료를 기다리면서 병원 대기실을 둘러보았다. 간호원, 보조 간호원, 데스크직원 모두 재깍재깍 초침처럼 바삐 움직였다. 그 와중에 친절이라는 걸 뿜어낼 땐, 초침이 아닌 시침처럼 움직였다. 가식이 아닌 진짜 친절! 억지 미소가 아닌 진짜 미소!  



대기실을 다시 둘러보았다. 환자들로 가득했다. 역시! 우두머리인 의사 행동이, 그를 따르는 직원들의 행동까지 결정짓는다는 걸 눈으로 목격한 순간이었다. 고객서비스 관련된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이곳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치과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백화점이든 병원이든 식당 등에서 고객의 입장이 되어본 이들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울분이 가라앉는다. 여기에 더해 불만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충성도가 절로 생긴다. 고객충성도란 바로 이렇게 얻는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거짓된 약속들이 떠다니고 있을까? 텔레비전을 켜면 쏟아지는 달콤한 말들, 그러나 그 말들은 마치 비닐로 만든 꽃처럼 향기도 생명력도 없다. 진정성 없는 말과 행동은 결국 불신만 키울 뿐이다. 마치 어떤 큰 조직의 수장이 구성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날 만난 의사 선생님은 달랐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리더였다. 그의 진정성은 마치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했고, 그 온기는 자연스럽게 언니의 마음을 녹였다. 나의 마음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신뢰의 시작이 아닐까? 진심은 결국 진심으로 통하는 법이니까.     



우리는 종종 잊고 살지만,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가장 강력한 열쇠는 바로 '경청'이다. 그날 치과에서 의사 선생님은 언니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중간에 끊지 않았고, 성급한 판단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온전히 귀 기울여 들어주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언니의 불안은 절반쯤 녹아내렸다.     



한 조직의 분위기는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파된다. 그날 본 치과에서도 이런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리더의 진정성 있는 태도는 마치 맑은 샘물처럼 조직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모든 직원들의 행동과 말투에서 동일한 진심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리더가 자신의 권위만을 내세우거나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때는 어떨까? 그런 조직에서는 불신과 불만이 마치 독처럼 퍼져나간다. 서로를 의심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협력을 거부하는 모습들. 이는 마치 한 배를 탄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는 것과 같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 누군가의 고통과 어려움을 진정으로 듣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형식적인 청취로 그치고 있지는 않은가? 진정한 경청은 상대의 말속에 담긴 감정까지도 함께 읽어내는 것이다. 마치 오랜 벗이 친구의 한숨 속에서 그날의 고단함을 읽어내듯이 말이다.    


 

공감은 이해를 낳고, 이해는 신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신뢰야말로 어떤 관계에서든 가장 단단한 기초가 된다. 의사 선생님이 보여준 경청과 공감은 단순한 치료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바로 신뢰와 존중이라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가치.     



작은 치과에서 발견한 세상의 원리는 의외로 단순했다. 진정성, 올바른 리더십, 그리고 경청과 공감. 이 세 가지 원리는 마치 단단한 삼각대처럼 더 나은 세상을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진심 어린 눈빛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일 수도 있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맡은 일을 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작은 진심들이 모여 큰 신뢰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서로를 향한 진정성과 신뢰가 넘치는 사회, 리더가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조직, 그리고 모두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는 공동체.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꿈꾸는 더 나은 미래가 아닐까? 



그리고

.

.

.

그 미래는

지금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