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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달콤 May 11. 2024

우리집 VIP



YO, 들어봐

어떤 엄마 이야기를 해 줄게

YO, 놀라지 마

어쩌면 너네 엄마일 수도 있어



언제나 바빠

세상은 여유로운데

혼자만 조급하게 움직여

쓸고 닦고 빨고 널고 쓰고

보고 듣고 가고 주고 쓰고



요리를 해야 해

음~ 카레를 만들까

시간이 빠듯해

음~ 볶음밥 만들까

이런, 일정이 꼬이게 될 텐데



포장해 가자

밀키트 주문하자

빠르게 빠르게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어

그리곤 시치미 뚝 떼는 거야



요리를 시작해

음~ 향긋한 음색 냄새 

준비된 조리법 따라 해

음~ 가족들 환장해

이런, 가족들에게 미안해

.

.

.


YO, 엄마야 

아무 걱정하지 마

YO, 엄마야 

수치를 느낄 필요 없어



엄마는 부엌의 여왕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어

밀키트면 어때

포장 음식이면 어때

이건 엄마가 만든 거야



엄마는 우리집 VIP

완벽함 따위는 필요 없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관심이라구

이건 엄마가 만든 거야



엄마는 가족의 접착제

밀키트면 어때

포장 음식이면 어때

엄마 요리는 우릴 매혹시켜

지금처럼 앞으로도



엄마야 

활짝 웃게 해 줄게

엄마 넌 멋진 엄마야

엄마 너는 너무 빛나 

엄마 길을 멋지게 걸어가라구



YO, 엄마야 

밀키트면 어때

YO, 엄마야 

포장 음식이면 어때



세상에서 젤 맛있는 사랑을 요리하라구

지금처럼 앞으로도.




우리 집 VIP (by. 새콤이)


< 새콤이가 직접 찍은 사진 >


쌀이 똑 떨어진 날이었다. 쌀이 있었다 해도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 배고프다며 보채는 아이와 10분 후 남편은 집에 도착한다. 하는 수 없이 비장의 무기인 밀키트를 꺼냈다.



" 이런 것도 만들 줄 알아? "


" 요리 실력이 대단한걸~ "


" 너무 맛있다. 엄마! "



과도한 칭찬은 양심을 찔리게 만든다. 결국 쓰레기통에 버린 껍질을 꺼내 이실직고하였다. 야릇한 미소를 짓는 두 남자들. 마치 알고 있었다는 묘한 표정이다. 


하긴 차슈가 될 돼지고기를 샀다면, 분명 커다란 접시 한가득 내놓았을 텐데. 엄마 요리보다 맛있으니까 밀키트 요리를 미안해하지 말란다. 다구리일까? 배려인 걸까? 


응원을 한가득 받은 날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이 글의 저작권은 새콤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전재와 복제는 금지되며, 이를 어길 시 저작권법에 의거 처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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