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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이 May 20. 2024

미국 비자, 두 번의 거절


탐욕이라 해도 상관없다. 두 번의 비자 거절을 받은 지금으로선 별별 생각이 다 드는 법이니까. 두 번째 거절 이유 역시 214b 항으로 이민 의도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아직까지도 이해불가다. 


" 왜 이민비자를 신청하지 않고, 비이민비자를 신청하는 거죠? " 첫 번째 인터뷰 당시, 영사님이 내게 한 질문이다.  이민비자 신청 자격 조건이 되는데 , 비이민비자를 신청한 내가 의아스러워 던진 질문이려니 생각했다. 경제적 사회적 기반이 모두 한국에 있는 관련 서류와 함께 한국에서 거주해야만 하는 이유와 미국에 거주하는 가족 방문을 위해 예전부터 비이민비자로 자주 방문을 했었다고 충분히 어필했었다. 


나의 외가는 이민 세대다. 엄마도 형제도 모두 미국에 있다. 그 점이 영사님에게는 신뢰할 수 없는 지점이었던 거 같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상담을 통해 미국에 지인이 많을수록, 비이민비자로 입국하여 신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지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 말엔 오류가 있다. 영사님도 분명 내게 " 왜 이민비자를 신청하지 않고, 비이민비자를 신청하는 거죠? "라고 질문을 했다. 안전하게 미국에 다닐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내가, 미국에 입국하여 신분변경을 하는 그런 모험을 할 리 없지 않은가.


비자 심사 결과는 영사의 재량이며, 그 결과에 관해 청원할 수 없고 다만 재신청은 가능하다. 영사의 판단이 잘못되지는 않았을까? 미국은 영사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하는 그마저도 차단하기 위해, 비자 결과에 관해 청원할 수 없다고 명명했다. 


다시 한번 신청하면 그때는 꼭 될 거라는 주변의 위로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화가 난다. 내게 비이민비자를 재가한 이전 영사님의 판단을 지금 영사님은 번복해 버렸고, '다만 언제든지 재신청은 가능하다'는 기대감으로 외국인을 상대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는 걸로 느껴졌다. 


이 세상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자신의 사업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맥도널드 설립자인 레이크록이다. 그는 리저트와 모리스 형제가 만든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며, 형제의 햄버거 가게를 통째로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린 사업가다.


지난주 내게 닥친 비자 거절 사건은 큰 절망이었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음식을 쌓아놓고 TV 앞에 빠져 있었다. 시청 리스트엔 맥도널드 역사를 알 수 있는 영화 파운더도 있다. 영화는 내게 2가지 교훈을 던져 주는 것만 같다. 주인공이 되던가, 사업가가 되던가! 


맥도널드 탄생에 있어서 없어선 안될 형제 주인공이 되던가, 주인공이 없음 그들의 스토리를 듣고 판단할 수 있는 레이크록 같은 사업가 안목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형제로부터 '맥도널드'를 뺏어간 레이크록이 나에게 '가족 방문 기회'를 뺏어간 지난주 사건이 떠올랐다.  감정이입을 너무 한 탓에 미국 대사관이 사업가 기질이 충만한 맥도널드 레이크록처럼 얄미웠다.


아이 입국 날짜에 맞춰 동행하여, 미국에 계신 할머니 병문안과 엄마의 건강 확인 그 모든 것들이 무산돼버렸다.  아이 혼자 비행기 타고 수하물을 내리고 , 미국 학교 입학식을 치르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하게 되었다.  정말로 책 제목처럼 「미국으로 아이를 독립시킨다」가 돼버렸다.


내가 쓰는 글이 혹시 현실로 이루어지는 걸까? 속상하고 슬프고 화났던 나의 감정은 급기야 터무니없는 무한긍정의 초현실 감정으로 변해갔다. 그리곤 노트에 끄적였다. 



나는 100억대 자산가가 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만큼의 부자가 된다.



생뚱맞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안정된다. 그 누구도 나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소중한 걸 지켜내야 하는 강인함과 편하게 안주하고 싶은 나약함이 공존한다.


이 글의 기획 의도는 2024년 내게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며 가족의 추억을 만들기 위함이다. 책의 주인공은 당연지사 우리 가족이다. 그러나 현실에 부딪히는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이 아닌 얄미웠던 레이크록 사업가가 되고 싶다. 돈 많은 부자 사업가는 대기라인 없이 한 번에 모든 것을 패스하니까.


이 역시 미숙한 감정이란 걸 안다. 속상한 일은 금방 털어내야 한다. 슬프지만 가만있어서는 안 된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이번 경험에서 나의 실수가 어디였는지를 찾아내고, 절망 뒤에 반드시 희망이 온다는 믿음으로 아이 유학 준비가 차질 없도록 재점검과 계획을 세웠다.





아이는 최소 3년 ~ 5년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각오로 미국 입국 준비 중이다. 이산가족 되는 것도 아닌데, 자주 싸우기만 했는데. 막상 비행기 타야 할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니 마음이 괜스레 아려왔다.


미국 가면 생각날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이 무어냐 물었다. 아이가 먹고 싶다는 음식을 모두 사주고만 싶었다. 그 핑계 삼아, 나 역시 건강관리와 다이어트는 저 멀리 떠나보내고 맛나게 먹기 시작했다.


아이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면서, 왜 진작에 이런 시간을 많이 갔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하교 시간과 친구를 더 많이 찾는 나이라 해도 얼마든지 충분히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니,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자연스레 잔소리가 줄어들었다.


아이에게 부족한 건 무엇인지, 아이가 하고 싶은 공부는 무엇인지, 아이의 미국 적응도는 어떻게 될 것인지 여러 가지 것들이 궁금하여 묻게 되고, 들여다보게 되고, 좋은 이야기만 해 주고 싶어졌다.


엄마인 내가 어린 시절 친구 사귐에 있어서 힘들었던 일, 유학시절 겪었던 일, 아이가 꼭 명심해야 하는 마음가짐 등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그리고 서툰 방식이었지만, 내가 충분히 사랑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유학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있어서 사업가 마인드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변화에 적응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통해 창의성과 혁신을 배우고 성장한다. 


나는 아이가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사업가 마인드까지 겸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아이가 너무 힘들어서 우는 일이 생기는 건 싫다. 새로운 문화와 환경을 탐험하고 책임감 있는 자기 주도성 태도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다.


이 역시 아이를 믿고 기다려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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