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개 Oct 15. 2022

고양이도 코로나에 걸리다니?!

반려동물 전염성 질환



  이제 전염병이라고 하면 치가 떨린다. 

  '그놈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전국이, 아니, 전 세계가 난리를 치렀다. 

  이렇게 하지 마라 저렇게 하지 마라 행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해외에서는 자유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이들이 정부를 향해 데모를 하기도 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에게 마스크를 써 달라고 이야기를 하다가 주먹다짐이 오가는 웃지 못할 사건이 생기기도 했다. 

  타인에 대해 가뜩이나 관심이 별로 없는 현대인들이 이제는 바이러스 전파와 관련한 밑도 끝도 없는 의심의 감정까지 더해지면서 서로를 조금 더 밀어내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더욱 각박한 세상이 된 데에는 '그놈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주 큰 몫을 했다. 


  병원에서 "오늘 우리 OO이, 접종 뭐 할 차례였더라? 코로나 접종이네요?"라고 하면 보호자분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한다. 

  "개도 코로나에 걸려요?" 

  "코로나 바이러스의 다른 유형이라고 보시면 되세요. 개는 걸리더라도 가벼운 장염으로 지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대화가 오가게 된 것도 코로나 덕분(?)이다. 

  전 국민이 전염병과 싸우게 되면서 방역 원칙이나 질병 예방수칙을 너무나 뼈저리게 잘 알게 되었는데, 나는 오늘 우리 반려동물이 겪는 전염병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고양이 코로나 바이러스


  개, 고양이의 전염병 중, 개인적으로 가장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질환은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이다. 이놈의 질환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변이가 잘 일어나는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에 발생되는 질환으로, 다묘 가정에서 호발 한다고 하나, 사실 다묘 가정이 아니더라도 뚜렷한 감염 경로 없이 질환에 걸리기도 한다. 효과가 좋은 예방 백신도 없고, 증상의 질환도 애매모호하게 나타나 초기엔 진단도 어렵고 치사율이 매우 높다. 

  전염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종종 동거묘가 같이 걸리기도 하여 동시에 여러 아이를 잃는 보호자도 많이 보아왔다. 

  

  2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매가 처음으로 동물을 가족으로 들여 키워보고자 데려온 2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쿠키와 꽁치. 

  이 두 아이는 1개월 차이밖에 나지 않았고, 둘 다 이제 막 애기 티를 벗어가고 있는 어린 고양이들이었다. 얼마나 고심해서 데리고 오셨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두 아이는 미묘 중의 미묘였다. 


  처음에는 쿠키가 증상이 생겼다. 뚜렷한 원인 없이 (전염성 복막염으로 강력히 의심되기는 했으나 확신할 수는 없는 정도의 상태였음) 빈혈과 폐렴, 황달이 오기 시작하더니 필요한 처치를 대부분 진행했음에도 상태가 몇 주만에 손 쓸 수 없이 악화되어 결국 울면서 안락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 꽁치도 쿠키와 동일한 증상이 시간차를 두고 발생하더니 많이 힘들어하다가 결국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두 아이 모두 결국 전염성 복막염으로 진단되었다. 

  남매는 동물을 처음 키우기로 결심하면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사료도 좋은 것, 모래며 장난감이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최소 20년은 함께 할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시작을 했지만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황망히 떠나고 말았다. 

  

  두 아이를 모두 떠나보내고 몇 주가 흘렀을까. 보호자분들은 아이들이 먹던 사료나 캔, 간식 등을 병원에 모두 갖다 주셨다. 다른 필요한 아이들 주시라며... 시간이 조금 지나서라도 다른 아이를 또다시 들여서 키우실 생각은 없으시냐고 조심히 여쭈었더니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으셨다. 표정에서 상처가 읽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무서운 전염병으로 두 아이를 동시에 순식간에 잃으면서 동물도 이렇게까지 아파할 수 있고, 아파하는 작은 생명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정도로 힘든 일이라는 것을 너무 일찍 너무 사무치게 알아버리셨을 것이다. 

  쿠키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면회도 제대로 하지 못하시던 분들이니, 그 여린 마음에 이런 일은 참으로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전염병은 어리고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나타나 순식간에 상황을 악화시키고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최근에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치료제가 개발되었지만이 치료제 또한 아직 연구나 임상 경험이 부족하여 그 효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편이다. 제발 획기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어, 고양이나, 사람이나 코로나바이러스를 파타 하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목소리가 달라졌어요!


  예민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병원에 내원했다. 어느 순간 목소리가 변한 데다가 구토를 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데 진짜로 사료를 토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주요 증상이었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냐옹대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는가? 눈뜨고 봐주기 어렵도록 불쌍하지만 너무 귀엽고 웃겨서 목소리를 내게 하려고 자꾸 불러댔다. (미안해 너 아픈데 웃어서)

  아무튼, 고양이에서 목소리가 변할 때는 보통 사람이랑 비슷하게 인후두염이 있을 때가 많다. 입을 절대로 순순히 벌려 보여주지 않는 탓에, 진정제를 살짝 쓰고 입을 열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성대 주변으로 조직이 안젤리나 졸리 입술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퉁퉁 부어있었다. (이럴 땐 참 사람 의사들이 부럽다. 검사를 위해서는 환자를 의자에 앉혀놓고 입을 크게 벌리세요. 이~~ 하는 소리를 내보세요. 하기만 하면 된다. 입에 손을 댔다고 물어뜯는 환자는 단 한 명도 없겠지.) 결국 PCR이라고 하는 바이러스 동정 검사까지 진행한 끝에, 예민이는 칼리시라는 바이러스에 걸려있다는 결론이 났다. 


  이 바이러스 질환은 잘 안 낫는다. 죽어라고 한두 달 정도 약 먹이고 치료해 놓으면 다음 달에 다시 아파한다고 내원하기 십상인 질환인데, 아무튼 열심히 치료해보기로 하고 약을 먹이며 관리하던 중, 예민이랑 같이 지내는 똘똘이라는 고양이도 어느 날 목소리가 변해버렸다. 

  같이 지내는 고양이들이 같은 전염성 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주 흔하다. 사람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마스크를 하루 종일 씌워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면역력이 강해서 안 걸리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심각한 질환에 걸린 경우에는 아예 사육 공간을 달리 해서 격리해야 한다.)

  결국 예민이랑 똘똘이는 둘 다 약 먹는 처지가 되었고, 다행히 두 녀석 모두 잘 나아주었다. 단, 다른 증상은 모두 사라졌는데 예민이는 허스키하게 변해버린 목소리가 잘 돌아오지를 않았다. 

  뭐... 목소리가 좀 허스키하면 어떠랴. 섹쉬한 고양이가 된 예민이. 이제 아프지 마~!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 갇혀있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밖에 나가 어딜 가더라도 QR코드를 찍고 내가 어디를 들렀는지 모두 기록에 남겨야 하며, 하루 종일 얼굴에 마스크를 덮어쓰고 있어야 해서 대화하는 상대의 표정조차 읽기 어렵게 되어버린 요즘이다. 

  그렇지만 집에만 반 강제적으로 있어야 하는 이 시기가, 우리 반려동물들에게는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보호자랑 하루 종일 집에 있을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동물병원을 찾는 환자는 오히려 늘었다고 얘기 하는 사람도 있다. 평소에 지나칠 수 있었던 반려동물의 미세한 증상을 일찍 발견해서 좀 더 빨리 병원을 찾게 된다고 하는데, 그럴듯한 이야기다. 

  이런 절호의 기회(?)로, 우리 반려동물들이 좀 더 사랑받고 좀 더 관심받는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게 되길. 

  아무튼,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의 종식을 간절히 바라본다. 


**이 글은 약 1년 전 코로나가 극심하던 시절에 적어두었던 글로... 현재의 상황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단 그대로 옮겨봅니다**  

이전 14화 두 얼굴의 고양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