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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Oct 09. 2022

나는 5kg, 너는 0.5kg만 빼자!

비만 동물들의 다이어트



  다이어트!! 아마 모르긴 몰라도 신년 계획서에 거의 매년 빠짐없이 올라가는 많은 이들의 염원일 것이다. 

  마라도에서도 짜장면을 시켜먹을 수 있는 배달의 민족인 우리는 어디서든 고칼로리 음식을 아주 쉽게 먹을 수 있고 살이 찌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알지만 퇴근 후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즐기는 치맥의 유혹은 너무 강하다. 

  

  반려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간식의 유혹은 너무 강력하다!

  출근했던 엄마가 집에 오면 간식이 들어있는 찬장 앞으로 가서 완전 기대하는 눈빛만 시전 하면 엄마가 웃으면서 못 이기는 척 간식을 준다. 

  아까 저녁에 엄마가 엄청 맛있는 걸 먹으면서 나는 안 주더니 봉투에 넣어서 무슨 통 (쓰레기통)에 넣어 두는 걸 봤지. 이제 좀 이따 저거 뒤져서 다 먹어야지. 

  얘네들이 사람이랑 다른 것은 스스로 다이어트를 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 정도? 

  그렇지만 살이 찌는 반려동물들을 마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강아지들이 비만한 경우, 평소 기침이 갖은 아이들에서는 기침 증상이 악화될 수 있고, 허리디스크나 다리 관절 질환에 취약해진다. 먹는 것의 종류에 따라 피부가 지나치게 기름지게 되어 피부병이 발생되기도 한다.

  고양이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뚱뚱해질 경우 방광염이나 지방간, 당뇨병 등에 잘 걸리게 된다. 또한 스스로 몸단장을 하지 못해 털의 질이 급격히 악화되기도 하고 뚱뚱할수록 더 움직이지 않아 자꾸만 더 살이 찌게 된다.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매우 힘들지만 동물을 다이어트시키는 것도 정말 만만치 않게 어렵다. 

  이건 다 동물들이 너무 귀여워서이다. 식탁 밑에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금방이라도 침을 흘릴 듯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내가 먹는 모습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강아지를 무시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밥을 먹기는 정말 어렵다. 간식 한 개를 줬을 뿐인데 세상을 다 가진 듯 신나 하며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보면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해지는데 어떻게 간식을 안 줄 수 있을까. 


  고양이의 경우에는 여러 마리를 키우는 집에서 한 마리만 다이어트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 고양이는 보통 한 자리에서 식사를 다 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자기가 배가 고플 때마다 조금씩 먹는 아이들이 많은데, 식탐이 많은 아이 하나가 동거묘들이 하루 종일 먹어야 할 밥을 혼자 매우 빨리 다 먹어버려, 마른 아이는 계속 마르고 뚱뚱한 아이는 계속 살이 찐다. 


  병원에 오는 심각하게 뚱뚱한 아이들을 보면 외관은 너무나 귀엽다. 통통한 배게에 귀랑 짧은 다리가 붙어있는 것 같아 보이고 얼굴보다 목이 두꺼워보이는 경우도 있다. 뚱뚱한 고양이는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 배가 흘러내려 깔아 놓은 카펫 같아 보인다. 

  너무 귀엽다 보니 아이들을 보면서 살을 꼭 빼야 할까? 하는 근본적인 원칙조차 흔들리게 만든다. 하지만 다이어트가 아무리 어려워도,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눈을 딱 감고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나는야 통닭 먹는 강아지


  어느 날, 매우 뚱뚱해서 외관이 짧은 다리가 달린 네모난 테이블 형상이 되어버린 귀여우나 건강이 심히 걱정스러운 거대 말티즈가 버려둔 닭뼈를 쓰레기통에서 뒤져 먹고 내원했다. 보호자분은 아이를 사실 엄청 아끼는데 말은 늘 무뚝뚝하게 하시는 아저씨였다. 

   "X-ray 찍어 보니까 위에 뼈가 엄청 많아요. 위 산은 생각보다 매우 강해서 잘게 씹어 먹은 뼈는 시간이 지나면 녹아 없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뾰족한 형태로 삼킨 뼈는 자칫 위나 장에 상처를 낼 수도 있어서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아, 괜찮을 거예요. 얘 원래 시골 통닭 한 마리를 지 혼다 자 처먹는 애예요."

마음은 걱정돼서 병원까지 둘러업고 데리고 오셔 놓고는 괜찮을 거라고 말씀하시는 아저씨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가 너무 웃긴데 마음을 가다듬으며 참느라 혼이 났다. 


 그날 우리는 아이의 (통닭 한 마리를 혼자 다 처먹는) 잘못된 식습관과 심각한 몸매, 그로 인해 고질적으로 좋지 않은 피부에 대해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고, 하루에 먹을 양을 정확히 정해서 먹이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날 쓰레기통에서 훔쳐 먹은 닭뼈는 아저씨가 예상하신 대로(?) 다행히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소화되어 내려갔고, 그 이후로도 보호자분은 맛있는 것을 주고 싶은 마음과 싸우며 최대한 노력하며 관리해주고 계시다. (전에 저 몰래 간식 사가신 거 알고 있습니다만... 한 번만 눈감아 드릴게요!)




  시어머니 몽이의 처절한 다이어트 성공기


  예전에 내가 다니던 병원 단골손님 중, 별명이 시어머니인 시츄가 있었다. 이름은 몽이. 

  여러 이유로 병원에 여러 차례 입원도 하고 호텔링으로 맡겨지기도 하며 병원 식구처럼 친해진 아이인데, 자기 맘에 안 드는 상황이 생기면 요상한 소리를 내며 우리에게 호통을 쳐대는 통에 시어머니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자리에 담요가 만족할 정도로 푹신푹신하지 않다던지, 밖에 나가 놀고 싶다던지, 저쪽으로 가고 싶은데 문이 닫혀 갈 수가 없다던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다던지... 취향이 까다로워 우리를 시집살이시키는 시어머니 몽이. 


  몽이는 순대를 사면 들어있는 돼지 간 마니아였다. 병원에 있을 때 주는 사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보호자분께서 싸다 주신 육 첩 반상을 대령해야 먹었는데 이런 식습관 때문에 몽이는 비만이었다. 

  보통 체중이 5kg을 잘 넘지 않는 시츄 견종 중 드물게 9kg에 육박하는 몸무게를 가지고 있어, 걸을 때 배가 바닥에 쓸릴 지경이었다. 


  나이가 들며 어느 순간부터 시작된 기침 증상이 너무 오래 낫지 않자 몽이의 주치의 선생님은 비만이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극단의 결심을 했다. 

  사식 절대 금지!!

  다이어트 사료만 그람수를 재서 맞추어 주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주지 말 것! 목표는 6kg 이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시기에 몽이는 병원에 장기간 호텔링에 맡겨질 일이 있었고, 몽이가 안 먹으면 마음이 아파서 뭐든 주려고 노력하시던 천사 같은 보호자 분과 떨어져 몇 주간 피도 눈물도 없는 수의사와 테크니션들과 지내게 되었다. 


  다이어트 사료를 처음 접한 몽이는 당연히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이딴 개밥을 나보고 먹으라구?' 라고 하는 듯한 표정으로 가볍게 무시하며 쫄쫄 굶은 지 4일째.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싶을 때 다이어트 사료와 캔 사료를 섞어 조금씩 강제로 먹이면서 버틴 지 3주. 

  지난 3주간 몽이의 몸무게는 줄어 7kg 초반이 되어있었다. 집에 가서도 다이어트 사료를 아침저녁으로 정해진 양만 먹이기로 했고, 보호자분께서 눈물을 머금고 잘 따라주셔서 몽이는 그 뒤로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다이어트 사료를 먹기 시작해 주었다. 


  그렇게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고생하고 몽이는 그 뒤로도 지속적인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5.5kg의 정상 체중이 되었다. 뒤에서 보면 허리가 어디에 있는지 보일 정도가 되어, 전에 없던 날렵한 몸놀림으로 병원을 더욱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시어머니처럼 참견하곤 했다. 사람이 5kg이 빠지면 성형수술의 효과가 있다던가? 몽이는 3kg이 넘게 빠지고 허리를 얻었고 거짓말처럼 기침도 멎었다. 다이어트 사료도 주는 양만큼 잘 먹게 되었고 말이다. 

  이후로 나는 다른 보호자분들께 다이어트에 대해 설명할 때, 몽이의 예를 들어 설명하곤 한다. 


(이 글을 읽으신 반려인들이, 무턱대고 자신의 반려동물을 사료 몇 알만 주면서 굶길까 봐 걱정이 된다. 몽이는 병원에서 적정 칼로리를 계산해서 체계적으로 식이량 조절을 했고, 급격히 살이 빠져 건강에 무리가 될 정도가 아닌 선에서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다이어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부터 하시길! 

특히 고양이는 굶는 것 만으로 심각한 질환이 생길 수 있어, 절대로 그냥 막 굶기면 안 된다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많이 키우는 견종은 소형, 중형 견종으로 평균 5Kg 정도이다. 내 기준으로 사과 한쪽을 먹는 것은, 강아지 입장에서는 몇 개의 사과를 먹는 것과 같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몸무게를 필요 칼로리로 직결시켜 정비례로 생각하는 것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는 조금이라고 생각한 양이 강아지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양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이어트는 원래 힘들다. 겨우겨우 조금 뺐다 싶을 때 잠깐 정신을 놓으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왜 그리도 쉬운지.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이럴 바에 그냥 행복한 돼지로 살까 심각히 고민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비만한 동물들이 결국 아파서 고통받는 모습을 본다면 마음을 달리 먹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식탁 밑에서 눈도 안 깜박거리고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녀석에게 몇 번만 실망감을 주자. 더 산책시켜주고 먹는 것의 즐거움을 놀이의 즐거움으로 대체해 주자. 

  스스로 살 뺄 의지가 없는 이 녀석들을 위해 대신 고민하고 노력해주어야 하는 것은 반려인의 의무이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살기 위해 우리 같이 D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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