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조력자

현꿈의 글 '스무여드레'

by 현꿈


나의 공간에 나의 글을 남깁니다.





내 인생의 조력자



영화 속에도 책 속에도 다양한 유형의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영웅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차별과 부조리, 개인적 원한에 맞서 활약한다. 우리는 그런 영웅들에게 환호한다. 영웅들이 세상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가슴이 벅차오르고 전율이 흐른다. 이미 자체 BGM이 깔리며 내가 저 영웅이 된 기분이다.


근데 왜 우리는 영웅들에게만 열광할까? 영웅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일까? 영웅 옆에 항상 있던 그 사람 ‘아 맞아 있었지!’ 하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옆엔 조력자들이 분명 있었는데 말이다. ‘아이언맨’ 옆에는 누가 있었나? 인공지능 자비스와 비서 페퍼가 있었다. 과연 이 조력자들이 없었다면 주인공들이 그 숱한 고난에도 좋은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조력(助力)’은 ‘힘을 써 도와줌, 또는 그 힘’이라고 풀이되며 ‘조력자(助力者)’는 ‘도와주는 사람’을 뜻한다. 주인공을 옆에서 돌보며 더욱 주인공답게 만들어주는 조력자다. 그들이 있어 주인공은 오늘도 멋있을 수 있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학생 때까지 듣고 읽었던 고전소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전소설의 해피엔딩이 주인공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절대 아니다. 주인공의 능력이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나 주인공의 곁에서 서사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조력 인물이 주인공을 보좌하기 때문이다. 조력자가 있기에 고전소설의 흥미도 한층 높아진다. 주인공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조력 인물이 등장해 극적으로 도와주곤 하는데, 이는 이야기의 흐름에 감칠맛을 더한다.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이끌어라, 앞장서라, 중심이 되어라.’ 주인공이 되어라는 사회에서 묵묵히 주인공을 도우며 성공을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간과하기 쉬운데 조력자들이 하나 둘 모여 이 사회가 구성되고 운영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전소설 속 조력자는 서사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조력자에 대한 연구는 적었던 것 같다. 조선 시대 군주를 보필하며 충을 실천해 조선의 군주를 더욱 빛나게 해준 참모 8명의 자세한 이야기를 다룬 ‘조선의 킹메이커(박기현)’를 읽고 조선의 왕들에게 뛰어난 신하가 있었기에 훌륭한 군주가 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군주와 나라를 위해 온몸을 던진 킹메이커들이 고전소설의 조력자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에 대한 관심만 많아 아직 눈길을 끌지 못하는,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조력 인물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1) <소대성전>

갈래: 고전 소설, 영웅 소설, 군담 소설
제재: 소대성의 영웅적 일대기
주제: 고난을 극복하고 지위를 회복한 영웅의 활약상


<소대성전> 속 조력자

- 대성이 비범한 인물임을 알아본 이 승상이 대성을 구출해 공부시키고 사위로 삼으려고 했다.

(이 승상이 막내 채봉에게 어울릴 배필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다 꿈을 얻은 다음 조대에서 대성을 발견하고 그의 영웅 됨됨이를 보고 그를 데리고 옴.)

- 자객을 죽이고 이 승상의 집에서 나와 용왕이 보낸 동자의 인도로 영보산 청룡사로 갔다. 노승의 도움으로 공부하고 무기도 얻었다.

(둔갑술을 부려 자객을 죽이고 벽에 편지를 써놓고 집을 떠나 서천을 향한 대성은 청의동자의 도움으로 약수를 건너고 청룡사에 이르러 노승과 더불어 병서와 경문을 5년간 배움. 흉노와 서융이 변방을 침범하여 천자가 장군을 보냈으나 대패하자 이에 대성은 노승에게서 보검을 받고 청의동자를 통해 이 승상으로부터 갑주를 얻고 노인으로부터 청총마를 얻어 출전함.)


<소대성전>과 같이 초월적 구원자는 주인공에게 초월적 능력을 전수해 주거나 주인공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신불, 즉 칼이나 갑옷, 말, 병서 등을 줌으로써 주인공이 능력을 이른 시일 내에 터득하게 도와준다. 신이한 물건이나 전쟁기구를 가지고 모든 적대세력을 일소함으로써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2) <최척전>

갈래: 고전 소설, 한문 소설, 전쟁 소설
제재: 최척 일가의 이산과 재회
주제: 전란으로 인한 가족의 이산과 재회


<최척전> 속 조력자

- 늙은 오랑캐: 평안도 출신의 조선군이었으나 목민관의 학정을 견디지 못하고 청나라로 들어온 뒤, 조선인 포로를 감시하는 직책을 맡는다. 최척과 최몽석의 딱한 사정을 듣고 그들을 풀어 준다.

- 돈우: 뱃사공으로 임진란 때 종군. 불심이 깊은 그는 포로로 잡힌 옥영을 동정하여 일본으로 데리고 와서 보살펴 준다. 그는 남장한 옥영이 여자인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무역선에 태우고 동남아와 안남까지 함께 다닌다. (옥영의 조력자)

- 여유문: 임진왜란 때 조선의 원병으로 온 명의 장수. 가족을 잃고 실의에 잠긴 최척을 동정하여 자신의 휘하에 두었다가 귀국할 때 데리고 간다. (최척의 조력자)

- 주우: 최척이 중국에서 사귄 벗. 신선이 되려고 하는 최척의 마음을 돌려 함께 무역을 한다.


최척: 여유문의 조력→중국으로→송우의 조력→장삿배→옥영과 만남
옥영: 돈우의 조력→일본으로→돈우의 조력→장삿배를 탐→최척과 만남



(3) <구운몽>

갈래: 고전 소설, 몽자류(夢字類) 소설, 이상 소설, 염정(艶情) 소설
제재: 연화봉 승려 성진이 꿈속에서 양소유가 되어 겪는 다양한 일과 깨달음
주제: 인생무상의 자각과 허무감의 극복


<구운몽> 속 조력자

- 육관대사: 세상의 모든 일을 관통할 수 있는 도통한 중. 성진의 스승으로서 성진의 번뇌를 성진으로 하여금 직접 벗도록 한다. 속세에 성진을 따라가 호승(胡僧)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4) <운영전>

갈래 : 애정 소설, 몽유 소설, 액자 소설
제재: 남녀 간의 애정 (운영과 김 진사의 사랑)
주제 : 신분적 제약을 초월한 남녀의 비극적 사랑

<운영전> 속 조력자

- 서궁의 시녀 (운영의 친구): 은섬, 비취, 자란, 옥녀, 소옥

궁녀들은 자기의 일인 양 운영이 김진사와 사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운영과 김진사의 사랑은 이미 그들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궁녀들 모두의 뜻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절망의 순간은 운영과 김진사의 일이 탄로 나면서 시작된다. 이들의 애정 행각을 눈치챈 안평대군은 운영과 함께 서궁의 다른 궁녀들까지 잡아 곤장을 쳐서 죽이라고 한다. 이에 안평대군에게 운영이 죄가 없다는 것을 주장한다. 자신들에게 죄가 있다고 말하며 운영을 감싸준다.



(5) <심청전>

갈래: 작자·연대 미상의 판소리계 소설
제재: 심청의 효심
주제: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성


<심청전> 속 조력자

- 옥황상제, 용왕, 사해용왕, 지부왕이 조력자로 기능한다. 용왕이 심청의 용궁 생활이나 지상 환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 제물로 자기 몸을 바친 것에 감동한 옥황상제가 용왕으로 하여금 그녀를 구하고 천자와 인연을 맺도록 한다. 인당수 용왕과 사해용왕, 지부왕이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인당수에 빠진 심청을 수정궁까지 무사히 인도한다. 용궁에 온 심청에게 융숭한 대접을 하고 어머니와 만나도록 하며 큰 꽃송이에 넣어 천자와 결연하게 하는 것은 모두 용왕에 의한 것이다.


- 장 승상 부인은 일찍이 남편이 죽고 홀로 자식들을 키워 낸 뒤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름 높은 양반 가문의 부인이다. 한눈에 심청의 됨됨이를 알아보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 심청의 고운 자태와 바른 성품을 더욱 강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고전소설 속에는 조력자들이 항상 있었다. 영웅소설의 영웅은 처음부터 영웅의 모습을 갖추고 있거나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점차 드러내게 되는데 영웅으로 완성되기까지 영웅의 곁에서 끊임없이 도움을 제공하는 ‘조력자’가 존재한다. 주인공이 자신이 영웅인 것을 깨닫지 못할 때 영웅성을 깨우기도 하고 주인공을 구출하는 등 주인공을 영웅답게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하는 것이다.


그럼 현대의 조력자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도 현대소설, 드라마, 영화, 만화 등 많은 작품에서 주인공의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돕는 다양한 유형의 조력자들을 볼 수 있다. 조력자들의 유형과 조력 내용은 다 다르지만 이런 다양한 조력자들이 존재하기에 주인공들이 더욱 빛날 수 있다. 서사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구성되어 독자들이 오랫동안 기억하며 잊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주인공만 기억하고 끝낼 게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력자를 알아보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삶 속에도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당신의 조력자는 누구인가? 가족? 부모님? 친구? 은사? 경찰관? 소방관? 이 외에도 직, 간접적으로 내 삶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들이 보이지 않는 듯해도 분명 존재한다. 내 삶에도 든든한 조력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 노력을 알고 있음에도 익숙해서, 낯간지러워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당연하다 여기지 않고 고맙다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다.


나는 누군가의 조력자가 될 수 있을까? 교육이란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견해주고 가장 잘 발휘되도록 돕는 것 아닐까? 학생들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고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소중한 존재인 교사의 역할을 스스로 물으며 조력자가 되어야겠다.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 앞에서 이끌어주는 사람? 모두 조력자다. 그래도 나는 앞이나 뒤에 있고 싶지 않다. 옆에서 함께 걸어가고 싶다. 옆에서 두 눈 바라보고 걸음을 맞추며 나란히 함께.




아직은 글쓰기가 낯설고 어렵지만,


이런 글 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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