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꿈의 글 '스무아흐레'
표지 그림을 보고 있으니
쭈그리고 앉아 자기 손으로 그림자를 만들어 보이는 아이의 모습이 참 예쁘다. 순간 아이의 손에서 한 마리의 새가 생겨났다. 아이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있다. 아마 그림자를 만드는 이 순간이 아이에게는 놀이인가 보다. 책 제목처럼 ‘그림자놀이’를 하고 있다. ‘그림자’ 하면 검은색만 떠오르는데 이 책 제목인 ‘그림자놀이’에 생긴 그림자는 노란색이다. 아이가 만든 새 그림자 주변에도 노란빛이 뿌려져 있다. 빛이 난다. 뭔가 밝아지는 기분이다. 어떤 그림자를 만들지 궁금해 얼른 책을 펼쳐보고 싶어진다.
이수지, 『그림자놀이』, 비룡소, 2010년
이 책을 읽고는 느껴
책의 첫 시작은 온통 까맣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딸깍!” 소리가 들린다. 누가 왔나? 아이가 왔다. 아이가 상자 위에 올라가 천장 높은 곳에 달린 줄을 잡아당긴다. 그럼 불이 켜진다. 이제 이야기가 시작되려나 보다. 숨죽이고 첫 장을 펼쳐봤다. 이 책은 읽는 내내 몰입이 잘 되었다. 어느 순간 책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아이의 손이 한 마리의 새가 되기도 하고 빗자루가 예쁜 꽃이 되기도 한다. 자전거 바퀴가 달이 되기도 하고 사다리가 큰 나무가 되기도 한다. 호스는 뱀이 되고 톱은 한 마리의 악어가 되었다. 신발 한 짝을 손에 쥐고 상자에서 뛰어오르는 소녀는 정체불명의 야수가 되었다. 코끼리와 토끼와 악수하는 동화 속 공주가 되기도 하고 백조와 우아한 춤을 추기도 한다. 사나운 짐승에 쫓기다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는 더 큰 그림자가 되어 물리친다. 그러다 친구가 되기도 하고 그렇게 그림자를 만들며 놀던 아이는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있다. 그림자 세상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이렇게 한창 재밌다 “저녁 먹자!” 하는 소리에 그만 그림자놀이는 끝이 났다. 그림자놀이가 끝나니 모든 물건들이 제자리로 돌아온 듯하다. 그렇게 불을 “딸깍!” 하고 다시 껐지만, 어둠 속을 살펴보니 그림자들이 여전히 있다. 왠지 소녀를 기다리는 듯하다. 다시 오지 않을까? 아이를 기다리며 어둠 속에서 신나게 움직이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아이가 만든 그림자가 어떤 모양인지 그대로도 봤다가 뒤집어도 봤다가 돌려서도 보았다. 내가 그림자놀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책을 읽으며 아이가 만든 그림자를 보고 있으니 나도 그림자놀이를 하는 기분이다. 꽤 재밌다.
이 장면, 기억에 남아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온 장면은 아이가 그림자를 만드는 장면이다. 다음으로 많이 나온 장면은? 새까만 검은색이다. 아무것도 없는 흰색보다 새까만 검은색이 왜 신선하게 느껴질까? 매번 흰 종이를 보다 새까만 종이를 보고 있으니 또 다르다. 새롭다. 검은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게 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아이가 된 듯 나도 들뜬다. 설렌다. 그러다 불이 켜지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다.
그림자놀이를 해볼까?
미술 시간에 아이들과 그림자극을 했다. 연극 수업도 했지만, 그림자극 시간을 더 좋아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으로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신기하가 보다. 아이들은 열심히 캐릭터를 만들고 셀로판지로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배경색도 구현해내며 그림자극을 멋지게 완성해냈다. 또 하고 싶다고들 했다. 다음에는 아이들과 그림자놀이를 해보고 싶다. 캐릭터 대신 내 손으로 내 몸으로 그림자를 만들어보고 싶다. 아이들은 어떤 그림자를 만들고 싶을까? 벌써 궁금하다. 기대된다.
이수지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보며 이 책을 쓴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어떤 것일까? 까만 색 책장이 넘어가는 순간 그림자 속의 그림자를 발견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심은 어른들이 흉내 낼 수 없다.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왜 이렇게 변했을까 싶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직업을 가져 매일 아이들을 보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학교라는 곳에서 아이들을 만나니 아이들의 마음이 궁금하다. 더 알고 싶고 어떤 점은 닮고 싶은 아이들이다.
아직은 글쓰기가 낯설고 어렵지만,
이런 글 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