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점점 맛있게 된다. 물이 흥건한 닭도리국이 아닌 자박자박 양념이 깊게 베인 진짜 닭도리탕이 완성된다.
닭을 한번 살짝 삶고 감자, 당근, 양파, 고구마, 파를 송송 썰어넣고 감칠맛을 위해 토마토를 큼직 큼직 썰어넣는다. 그리고 고추장 듬뿍, 고춧가루 팍팍, 매실액 확 붓고, 참기름 쭈욱, 다진 마늘 한 스푼, 간장 조금, 설탕 쑤욱 넣고 참깨 솔솔 뿌려 버무린다. 빨간 양념이 골고루 섞여 닭과 야채들이 서로 인사하며 친해지게 한다. 마지막 복분자액을 조금 부어 건강함을 더해준다. 버무리면 맛깔스런 색깔이 감돈다.
바로 끓이지 않고 하루정도 냉장고에 숙성시켜둔다.이번엔 닭 두마리를 했기에 친구와 나누어 먹을 것이다.
결혼하고 작년까지만 해도 닭도리탕을 하면 물을 많이 넣어 항상 닭도리국이 되었다. 엄마가 해 준, 아니면 사먹을 때 그 자박자박 국물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근데 얼마전 양념을 충분히 하고 물을 적게 넣고 푹 끓이니 자박한 모양새와 맛이 나왔다. 그 뒤로 맛있어서 여러번 하게 된다. 친구도 이렇게 어떻게 하냐고 하며 감탄하니 나누어 먹는 여유까지 부린다.
양념 시켜 숙성시킨 후 다음날 오전 물을 약간 붓고 중불로 끓인다. 40분 이상은 익혀야 하기에 그 사이 내 할일을 하며 기다린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리고 약간의 매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잘 끓으며 서로가 버무려져 정이 두터워지고 있다. 조금 더 끓여야 양념이 베고 자박하게 된다. 할일을 마저 서두르며 한다. 일어날까 하다가 조금 더 시간을 지체한다. 거의 50분을 채워 가스불 앞으로 가니 약간 타는 듯한 냄새가 난다. 깜짝 놀라 가스불을 확 끈다. 다행히 약간 냄비 겉만 타고 그래도 내용물은 안전하다. 안도했다.
물이 하나도 없이 완전히 닭에 양념이 베인 닭도리탕이 먹음직스럽게 완성되었다. 잘익은 감자와 닭다리 두개, 날개 하나, 맛있어 보이는 부위를 골라 밥한그릇과 먹는다. 진득하게 베인 양념과 쫄깃한 닭다리 살, 푸석한 감자 맛이 아주 일품이다. 기온차가 있는 이런 환절기에 몸기운을 보충해 주는 보양식 맛이 느껴진다.
보글보글 잘 익힌 닭도리탕과 봄을 맞이하니 더없이 기력난다. 힘내어 오늘도 잘 보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