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우리의 결혼식 할 때에는 벌벌 떨었던 남편이다. 그에 비해 긴장을 안했던 나는 한순간 한순간 차분히 기억이 난다. 남편의 입장 순간 씩씩하게 걸어갈 줄 알았던 남편은 신부처럼 너무 천천히 걷는 통에 본의 아니게 웃음 바다가 되었다.
어제 내가 너무 빨리 걷지 말라고 남편에게 한 말이 남편의 긴장과 더불어 모양새가 우습게 되었다. 나두 덩달아 어이없어 함께 웃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남편은 얼음이 되어있었고 케익에 촛불을 붙일 때도 남편의 벌벌 떨리는 손을 보고 내가 살며시 부여잡고 리드해 갔다.
사실 남편이 그렇게 긴장했는지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폐백을 드릴때 였다. 나를 업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잠시 정신을 잃은 남편이었다. 다행이 금방 의식은 회복이 되었는데 그때 느꼈다. 우리 남편이 오늘 정말 긴장을 많이 했구나를 알고 안쓰러워서 잠시 토닥여줬다.
이렇게 30대에서 40대 초반이 되면서 결혼식은 마음속에 저장되고 잠시 잠시 생각을 꺼내보게 되었다. 우리 결혼식때 사회를 봐 준 남편 중학교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바로 며칠전 결혼을 했다. 그 결혼식의 사회를 우리 남편에게 부탁했다. 남편은 거절하지 않고 자신이 할거라면서 본의 아닌 자신감을 보였다.
결혼식에서 준 사회자 멘트와 유투브 멘트, 남편 누나들이 준 멘트를 혼합해서 본인만의 멘트로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맹연습이 시작되었다. 남편의 누나들이 걱정되었는지 집으로 불러서 연습시키고 동영상도 찍으며 실전처럼 해 보았다. 누나들은 결혼식 망치지만 말라고 하며 우황청심원 까지 챙겨주는 섬세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연습한 것을 들어보니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유머러스한 면은 단 한군데도 없지만 나지막한 목소리에 꽤 부드러운 멘트들, 또박또박 잘도 읽어 내려갔다. 나보러 하라면 난 못할 것 같았다. 예식장에 입고 갈 옷과 신발을 차려입고 실전처럼 몇번 더 연습해 본 후이다.
드디어 예식장에 도착, 남편은 차분했고 오히려 내가 더 떨렸다.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내가 우황청심원를 먹어야 할 순간이다. 예식 시작하기 1시간 전부터 가 있었으니 기다리는 시간이 긴장이었다. 예식 5분전 남편의 멘트가 들려온다. 오~그래도 부드러운 첫 시작, 아이가 달려가 아빠 잘했다면서 응원하고 온다.
달리기 시작한 멘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게 잘 달렸다. 정말 결혼식을 그렇게 집중해서 듣고 본 적은 처음이었다. 내 결혼식보다 더 공을 들여 본 결혼식이었다. 남편의 친구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들었다. 신부 아버님께서 이야기 하시다가 눈물 맺히시는 모습에 함께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마음을 다해 멘트 해준 남편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심지어 멋있어보였다. 멋진 에드립보다 진정성있게 최선을 다해 준 남편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칭찬을 보내고 싶다. 성스러운 결혼식 후 먹은 뷔페는 꿀맛이었다. 모든 긴장이 풀리면서 맛있게 먹은 결혼식 식사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