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아이가 내가 해 준 밑반찬들로 오눌오물 밥을 맛있게 잘 먹는다. 맛있다며 밥과 반찬을 더 달라고 하기도 한다.
귀찮을 때는 배달 시켜먹고 반찬 몇 개 해두고 먹었는데 장을 봐서 밑반찬을 두둑히 해 주게 된다. 아주 맛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밥 한그릇 뚝딱 하게끔 만드는 나의 반찬들이다.
남편은 꼭 국이 있어야 먹는 편이라 국을 자주 끓였다. 그러다보니 반찬에는 많이 신경이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요즘에는 반찬 부심이 생겼다. 먹을 반찬이 있어야 안심되고 편안하다.
오늘은 외출하지 않은 주말이라 반찬을 만들었다. 내 머릿 속에 정리된 반찬은 메추리알 조림,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시금치 무침, 무말랭이 무침, 두부구이, 데친 다시마 였다. 총 7가지 이다.
재료가 집에 도착했다. 굳이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손이 신들린 듯 움직인다. 우선 무말랭이 물에 담가두고 콩나물, 시금치 데칠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동안 옆에 가스불에 멸치를 볶는다. 식용유 두르고 꿀넣고 아몬드 넣어 쓱쓱 볶는다. 마지막 깨소금 넣어 마무리 해두면 옆에 있던 물이 끓어 시금치, 콩나물을 데친다. 하나씩 데쳐서 나오면 소금, 참기름, 깨소금 넣어 손으로 쓱쓱 무친다. 물을 한번 더 끓여서 다시마를 데치고 그러면서 옆에 불에는 메추리알 조림을 한다. 간장, 요리당, 참기름 넣고 졸일 동안 데쳐진 다시마를 잘라 통에 담아둔다. 메추리알 한번 저어주고 옆에 불에 두부를 굽는다. 들기름에 중약불로 구워질 동안 무말랭이 물기 꽉짜서 고추장, 고춧가루, 요리당, 매실액, 소금, 설탕, 깨소금, 참기름 넣고 쓱쓱 무쳐준다. 굽고 있던 두부 뒤집어주고 보니 메추리알 조림에 다 졸여졌다. 통에 담가 두고 두부구이를 꺼낸다.
이렇게 한시간을 신들린듯 만들었더니 식탁을 꽉채운 7가지 반찬이 뚝딱 만들어졌다. 손이 많이 가는 반찬들은 아니지만 만들수록 빨리 만들어진다.
아이가 맛있게 점심밥을 먹는다. 영양가 있는 재료들로 나도 맛있게 밥한끼 먹고 다 먹고 난 후에도 계속 반찬에 손이 간다. 바로 한 반찬이 참 맛있다. 두둑히 먹으니 서로 기분도 좋아져 아이는 만화보고 나는 글을 쓰고 각자의 휴일을 즐기는 이 시간이 여유롭고 풍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