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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 걸렸네 !!

by 한영옥 Jun 18. 2023

 금요일 저녁, 늘상 일하고 오는 남편이었는데 오늘따라 일이 손에 잘 안잡힌다면서 일찍 오겠다한다. 잠깐의 저녁 나들이를 할 계획을 짜야 했다. 멀리가긴 싫고 가까운 곳을 생각한 끝에 맛있는 베이커리 집에 가서 빵도 먹고 커피 한잔도 하고 바로 옆에 있는 공원 가서 걷는 일정으로 움직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 었는지 유난히 빨리 닫는 베이커리 집이었다. 빵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채 공원으로 갔다. 저녁 공기가 서늘하니 좋았고 금요일 저녁에 운동하는 사람들과 우리 가족과 함께 하니 활력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금상첨화로 옆에 도서관이 있었다. 아이가 들어가 보고 싶다고 해서 늦은 시간이라 서가는 문이 닫혔고 열람실만 열었을 것 같아 큰 기대 없이 가볍게 구경하고 나오자 하는 마음이었다. 오랜만에 왔는데 입구부터 잘 꾸며져 있었다. 한층 더 올라가니 환상적인 공간에 너무 놀라 한걸음에 달려갔다.

 도서관이 예쁘게 꾸며져 있어 반가운 마음이었다. 아이는 앉아서 색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부채에 색칠하기를 하고 난 필사공간이 있어 몇 글자 끄적였다. 쉼이 필요한 남편은 의자에 앉아 넉나간 표정으로 있다가 잠들어 버렸다. 여기에 올 생각이 아니었는데 얻어걸린 예쁘고 좋은 공간이었다.

 괜시리 작가가 된 듯하게 필사 책상에 앉아 필사 노트에 생각 나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몇 글자 끄적였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안쓰러움, 미안함을 더하여 이해되는 마음을 적어내려 갔다. 엄마인 나도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엄마를 생각하며 마음을 토닥여 본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도서관에서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다음에 또 오자는 여운을 남긴채, 도서관을 나섰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원한 밤하늘에 도서관 앞 마당의 기운을 받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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