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아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한다. 외동인 딸에게 강아지를 사주면 좋을 것 같지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미신이 있다. 어렸을 적에 아빠가 누가 사 준 개고기를 집에 가져오셨는데 그것을 먹고 난 후 다리가 다치셨다. 그러니 엄마는 우리 집안은 개와 맞지 않는다면서 절대 개를 집으로 들이면 안된다는 지론을 펼치셨다. 어릴적 무의식에 자리잡게 되었다. 엄마와 나는 개띠다. 누가 뭐라해도 개랑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 미신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강아지를 사주는 대신 딸아이를 애견까페에 데리고 갔다.
설렘을 가득한 채 애견까페에 들어섰는데 열댓마리나 되는 개들이 입구에서 짖어댄다. 무서웠다. 잠시 잠깐의 숨을 고르고 용기를 내어 들어서 본다. 큰 개도 몇 마리 뛰어 다닌다.
애견카페의 분위기, 주인들의 성향에 따라 강아지들의 성격도 제각각이다. 간식을 줄 때만 오고 사람들에게 잘 안기지 않는 곳이 있고, 사람들 좋아하고 온순한 곳도 있고 구걸하는 듯하게 사람에게 앵기면서 사나운 면의 개들이 있는 곳도 있다. 내가 갔던 두번째 카페가 주인분도 개들도 온순하고 관리도 잘 되어 있었다. 이런 곳은 개들도 이쁘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있기에도 편안했다.
그러나 어제 갔던 애견카페는 냄새도 많이 나고 주인 언니들이 너무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다가 강아지가 말을 안들으니 훈련시키는 듯 소리 지르며 엉덩이 때찌까지 강아지 학대를 의심케 했다. 비린내에 머리가 아파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강아지들이 테이블 위로 올라오며 사랑달라고 구걸하기까지. 힘이 없는 강아지 들은 토도 하며 아이 옆에서 떠나질 않고 엎드려 있었다.
주인이 있어 깨끗하게 잘 길들여진 강아지들 보다 단체로 손님을 맞이하며 열일하는 강아지들이 불쌍해 보였다.
강아지들을 보러 애견까페를 찾았는데 강아지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커졌다. 마음 속으로는 강아지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커졌는데 무의식의 미신을 이길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아이는 한번씩 강아지를 키우자고 해 본다. 내 대답이 어떨지를 알면서도 연신 이야기 해 본다. 아이야. 엄마도 키우고 싶다. 엄마의 엄마가 심어둔 미신이 엄마의 마음을 지배하는구나 !!
강아지를 극혐하게 싫어했던 내 마음도 자꾸 강아지들을 보니 애정을 품게 된다. 강아지를 키우게 될 지는 모르지만 강아지를 사랑하게 된 마음은 커진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