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존해주세요 (3) 비트주세요.

30대 편집자의 취향 확립 프로젝트

by 선선

'최애'

표준 국어 대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이렇게 정의한다.

'가장 사랑함'


오늘날 우리에게 '최애'라는 단어는 아이돌이나 혹은 연예인을 지칭하면서 자주 쓰인다.

"나는 이 사람이 최애야.", "이 그룹 내 최애잖아.", "이 배우 필모그래피 봤어? 내 최애 배우인데, 이 작품 한 번 봐봐!"





아마 뚜렷한 취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분명하게 존재하는 단 하나의 취향 영역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음악이라고 할 것이다.



음악을 들을 때만큼은 나와 음악만이 연결되어 있고 타인이 쉽게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악은 나만의 영역이고, 나의 오롯한 시공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 취향을 온전히 향유하기가 쉽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나가겠다며 호기롭게 마음 먹었을 때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음악이었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첫 취향의 모습도 음악과 함께였다.





"네가 힙합을 들어?", "너 이런 노래 좋아했어?"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5년의 명절, 사촌 오빠방의 mp3로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을 들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건 슬픈 자기 소개서.' 라는 첫 가사와 함께 멜로디 라인이 흘러나오던 그 순간을.


사실 그 시절쯤의 우리 모두는 한 번쯤 다이나믹 듀오를, 리쌍을 좋아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순간을 내 첫 취향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이후 오랫동안 또렷하게 말할 수 있었던 유일한 취향이 바로 힙합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힙합을 접하고 난 뒤,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온통 그 당시의 힙합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그렇게 빠져들었던 것이 바로 나의 '최애' 가수인 에픽하이였다.


멜로디가 좋아서 듣기 시작했는데, 가사가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한창 예민하고 우울하던 학창 시절을 그 가사 한 줄 한 줄에 기대어 버틸 수 있었다. 노래 가사는 어떤 때는 힘이 되어 주었고, 어떤 때는 나 대신 나만큼 아프고 힘들어해주었다. 그게 참 위로가 되었었다.


분명 나와 아이컨택 해준 것이다

용돈이라고 불릴 만큼도 안되는 돈을 받아쓰던 학창 시절, 그 돈을 모으고 모아 에픽하이 새 앨범이 나오는 첫 날, 석식 시간에 석식을 먹는 대신 핫트랙스에 달려가 앨범을 구입했다. 그게 당시 나의 사랑 표현이었다.


그렇게 사들고 온 앨범을 야자실에서 소중히 품고 있다가 집에 달려와 오래되고 커다란 CD 플레이어에 넣고 방 안 가득 노랫말로 채울 때면 이 세상에 온전히 나 혼자와 에픽하이만 존재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 때의 힘듦, 우울, 불안, 초조함이 노래에 씻겨나갈 때, 어찌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의 첫 취향, 음악 - 그 중에서도 힙합과 에픽하이는 그 때도 지금도 내 삶의 버팀목이다.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는데? 나는 아무거나 다 좋아. 라고 외칠 때도 마음 한 켠에서

아니지, 나 에픽하이 노래 좋아하잖아. 그게 내 취향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 맞아. 나도 분명한 나만의 취향이 있어.

그걸 깨닫고 새로운 나만의 다른 취향들을 만들어가려는 지금. 나는 외쳐본다.


"비트(beat)주세요."


또 다른 취향들을 노래할 나만의 비트말이에요.







* 추천 노래

에픽하이 - 낙화 (들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던, 에픽하이 노래 중에 제일 좋아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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