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존해주세요 (1) 마음대로, 아무거나

30대 편집자의 취향 확립 프로젝트

by 선선

"이 중에 뭐가 더 좋으니?"

"엄마 마음대로."


"얘들아 어떤걸로 할까?"

"나는 아무거나 좋아."


나의 10대 시절은 '마음대로', '아무거나'로 정리할 수 있다.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딸이던 나는 뚜렷한 취향이 없었다. 아니 없는 채로 성장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엇을 더 좋아하냐는 물음에 마음 속에선 항상 '이것', 혹은 '저것'이라는 마음은 피어올랐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이 평화와 안정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피어올라오는 말을 되삼켜 '마음대로', '아무거나'라고 바꾸어 말했다. 모난 취향을 드러내지 않는 내가 좋았다.




흐르는 물에 둥둥 흘러 떠내려가는, 그 어디에 섞여도 튀지 않는, 무색 무미 무취의 인간.

그게 지금껏 가족 속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비춰졌으면 하는 내 모습이었다.





취향을 듬뿍 담은 스튜디오 촬영용 부케


"저는 노란색과 핑크색 색감이 튀는 알록달록한 부케가 좋아요. 그러면서도 모양은 들꽃같이 흐드러지지 않고 둥그런 형태였으면 좋겠어요."


착한 첫째 딸로 자라 모범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작은 풍파를 겪으며 닿은 30대. 무색 무미 무취인 줄 알았던 내가 뚜렷한 취향을 소리내어 입 밖으로 내뱉고 있다. 그것도 누가봐도 무난하지 않은 색깔의 부케를 주문하면서.





이제 나는 조금 더 당당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말한다.


"순대국에 들깨 가루 넣는 거 싫어. 이대로 조금 떠먹다가 양념장도 넣을거야."

"난 저 신발이 더 좋아. 너무 새하얀 색보다는 따뜻한 색깔인 게 마음에 들어."





그렇다. 이 이야기는 취향이 있었음에도

그게 취향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혹은 취향을 드러내기가 어려웠던 나의 이야기다.

혹은 그러한 당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 살면서 우리는 모나지 않기를, 남들과 비슷하기를, 무난하고 평범하기를 교육받고 알게 모르게 몸에 익힌다. 그렇게 튀어보이기 싫어서,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기 싫어서,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라는 많은 이유들 속에 감춰두었던 나의 취향 이야기.




"아, 나 되게 호불호가 강한 사람이구나!"


30대의 초입에서 깨달은 나에 대한 이 일종의 관찰 일지를 함께 하며, 여러분도 자신만의 취향을 되찾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입 밖으로 내뱉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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