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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y 26.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에세이

[에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


초록 이파리들이 쉴 새 없이 바람을 타고 여름을 향해 달리는 시간, 아침 나절, 아파트 앞 휴식 공간에 앉아 볕을 쬐인다. 휴일엔 늦잠도 자고 그래야하는데 아침 잠을 설쳤더니 피곤이 몰려오지만 한 반 달아난 잠은 다시 돌아올 기미가 없다. 젊은 시절 공원 나무의자에 앉아 시원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거나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기도 했던 적이 떠오른다. 벌써 20년도 넘은 내 과거의 풍경이다. 그때는 그 시간이 무척 좋았는데 요즘은 귀찮기도하고 가고픈 의욕도 없다. 대신 마음이 불편하거나 심란 할때는 아파트 앞 의자에 자주 앉아 있는다. 무슨 해결책을 떠올리는 것도 아니고 허기진 마음이 채워지는 것도 아니지만 복잡한 속내를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나무 한번 쳐다보고 어떨 때는 그냥 가만히 멍때리기도 하면서 앉아있다. 이는 일종의 휴식이기도 하고 상처난 마음을 보듬는 시간이기도 하며 그 어떤 것도 하기싫은 것에 대한 우울감의 반동이기도하다. 그렇다고 해결되는 것은 전혀 없다. 그냥 지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시간인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폭발할 것같은 내 안의 신호를 모른체 함이다.


요사이 말도 꺼내기 싫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삶은 희로애락의 순간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자전의 세계와도 같다고 위로하면서 순간 순간이 긴 장면처럼 보이나 지나간 시간은 산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보면 한 컷에 다 보이는 마을 풍경처럼 한장의 파노라마라고 자위하며 이 때는 지나가리라를 끊임없이 반복하지만 순간 순간이 찢어질 듯 아프다.


인생은 태어날 때는 혼자이지만 혼자서는 살수없는, 그러나 떠날 때는 다시 혼자가 되는 아이러니함,  절대 고독이다. 다른 주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은 틀안에서 살아가야하는 것이 사회적 약속이기도 한데 어쩌면 그것들읃 내게 약속된 시간안에서의 살고자하는 버둥거림 일수 있다. 그 살아있음에 최선을 다하며 산다는것, 바로 우리는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찾으려한다. 행복한 순간은 많다. 직장에서 승진하는 순간, 원하는 여행을 하면서 보고 즐기며 맛난 음식을 먹을 때, 길을 가며 듣는 나뭇잎 비비는 소리까지 아주 소소한 작은 행복, 소확행 들은 셀 수없이 많다.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아무리 많은 행복이라도 화무십일홍을 벗어날 수는 없다. 화려한 과거도 뛰어난 미모도 돈도 명예도 시간이 흐르면 퇴색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약속된 시간 안에서 안에서 웃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울고 미워하고 욕심부리며 또 그것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살아간다. 주어진 남은 삶의 시간들도 때로는 원치 않는 대로 흐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역경과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힘,  내게 가장 중요한 삶의 필요조건은 무엇인가. 바로 없어서는 안될 스스로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행복의 조건이다.


칸트가 말한 행복은 세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직업이나 일을 갖는 것이고 둘째는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야하고 셋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일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생계의 방편도 있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아실현이나 성취감 등을 가져올 것이고 하나의 목표가 될 수있다. 그 다음은 사랑인데  사랑의 대상이란 가족, 친구, 동료 등 여럿이 대상이 될 수 있을텐데 그 중심은 이성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삶을 역동적으로 만들고 미래를 꿈꾸게하며 희망이란 앞으로의 꿈과 미래를 뜻한다. 중년의 나는 이 행복의 조건 세 개 중 무엇을 이루었으며 무엇을 갖고 있을까. 또 내가 찾는 행복이 이 세 가지와 같을까.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온다고 하는데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잃어버렸다면 어찌할까. 의식을 흐리게하는 심장의 무거움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지금의 난 마음의 다스림도 필요하고 마음 챙김도 필요하다.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어내야 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책임이기도하고 남은 삶에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벌써 하루가 다 지나가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살면서 하루 종일 헤매던 하루가 저문다. 행복하려면 행복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잃어버린 고통은 행복의 열배 수준의 아픔으로  다가오기에 행복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어떨 때 행복한지를 알면서도 그 행복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곁에 있을 때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행복의 조건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행복의 잣대를 보여지는 것에 의식적으로 맞춰가며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소중한 행복임을 알면서 포기하고 방관하며 지쳐서 치워 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의 파도가 몸을 파고든다. 살아있어서 행복하고 살아있어서 쓸쓸하다. 살아있어서 고민하고 살아있어서 생각한다. 행복한 삶은 또 어디서 시작될지 모르니 나를 위해 어딘가 예비된 행복을 찾는 여정을 위해 겸허하게 짐을 싼다. 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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