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결 Jul 12. 2024

이기의 빌런

마음 에세이

[에세이] 이기의 빌런

민병식


길고긴 장마의 그물로 덮여있는 기상 속에 오늘은 왠일인지 해가 다 떴다. 뜨거운 날씨에 허덕이면서 올 여름도 무지 덥다덥다 했는데 장마철에 간만에 보는 해라 그런지 너무 반갑다. 뒤돌아서 해쪽으로 등을 대보았다. 뜨끈뜨끈하니 온 몸이 부드러워지는 느낌, 역시 여름은 해가 쨍쨍 뜨는 날씨가 제격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 마음이 참 종이짝처럼 가볍다. 더우면 덥다, 추우면 춥다, 자기 위주의 마음 투성이다. 그런 면에서 나도 예외가 아님을 부인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자기 중심의 인간임에도 배려와 양보, 역지사지의 합리적 태도를 잊어서는 아니되는 것이 인간이며 노력해야하는 것이 맞는데 아마도 그런 노력을 함이 없이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의 인간을 우리는 빌런이라 일컫는다.


빌런은 부정적인 뜻으로 쓰일 때 악당, 악인이란 뜻인데 사람사는 곳이면 어디에든 있고 어떤 관계든 어떤 장소든 빌런이 생겨날 수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도 빌런이 있는데 어찌 저렇게 할 수가 있을 정도로 자기밖에 모르는 무한 이기주의의 빌런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될 때는 친근하게 대하다가도 자신이 필요한  목적 달성을 이루면 동료가 바쁘든 힘들든 오로지 자신만 생각한다.


 사랑의 부족이다.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사랑에서 나오며 그 사랑은 천성도 있으나 평상시 갖고 있는 마음이나 그동안 살아왔던 습관에서도 나온다. 빌런 한 둘 때문에 업무 진행에 어려움도 많고 그것을 지적하기가 껄끄러워 마음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회사생활뿐 아니라 어떤 관계든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것은  친구, 동료 연인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수록 더 중요시 된다. 삶에서 이해, 배려, 양보, 포용이라는 단어를 실천하기란 쉽지않은데 인간은 누가뭐래도 자기 위주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자기 본위의 마음은 이기로 변질되기 쉽다.  모든 것을 자기 기준에 맞추다보면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 되고 자기에게 득이되는 것은 당연한 거고 조금이라도 손해가 오면  방어적이 되어 오히려 다른 이를 탓한다. 잘못을 모르니 자신의 잘못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남을 탓하거나 주변 환경을 탓하고 불평 불만을 해대기에 바쁘다.


나물을 무칠 때 삶고 양념을 넣고 오물 조물 무쳐야 손맛이 겹쳐져 맛이 나듯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사랑의 버무림이다. 사랑의 커다란 감정안에는 포용, 연민, 솔직함, 미안함, 관용, 용서 등 수많은 원소 들이 들어 있는데 그것들은 나물을 무치듯 마음 안에서 살살 만져주어야 사랑을  만들 수있다. 나 스스로를 바라본다. 나 자신에게 솔직했는지, 누군가를 이해하려했는지,어떤 마음자세로 타인을 대해왔는지 우리는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보고 스스로 늘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간은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나친 이기는 스스로를 망친다. 본인뿐 아니라 부부든 연인이든 친구든, 동료든 사람 관계를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게  할 수도 있다.


착하게 살면 당한다. 착하면 손해 본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착함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교묘히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다. 수백년 수천년을 살 수는없다. 100년도 못사는 100세시대, 언젠가는 죽음으로 마치는 삶을 살면서  퍽퍽하고 날카롭지 않은,  사랑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마음이었으면, 자신의 이기와 이타가 잘 어우러지는 삶을 그려본다. 인간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기에 이기가 문제가 아니라  늘상 이기적이기만 한 것이 문제다. 자녀를 사랑할 때, 연인을 바라볼 때 뭐든지 해주고 싶은 마음을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 쪼인다.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히며 시원함의 감사를 느끼는 순간, 이 꿉꿉한 장마가 지나고 나면, 매미가 처절하게 울어대는 뜨거운 여름이 올 것이고  태풍을 건너서 가을을 맞이할 것이다.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뀐다. 우리는 늘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세상은 질투가 많아서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기에 늘 삶이 쏟아내는거친 비바람에 지쳐 어두운 시간들도 있겠으나 먹구름을 헤치며 비를 맞으며 묵묵히 걸어가다보면 작은 빛 조각이 빼꼼 얼굴을 내밀 듯 사랑의 편도체를 찾아 걸어가고 싶다. 모든 것을 다가질 수는 없다. 무게를 조금 나누어 지는 것, 우산을 함께 쓰는 것, 어려울 때 곁에 있는 것, 바로 사랑의 마음, 시대정신이다. 사랑이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살린다.

맨 위 배경사진 네이버


이전 09화 암연(黯然)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